[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스텔스 전투기는 오랫동안 현대 공군의 게임 체인저로 여겨져 왔다. 미군의 F-117 나이트호크로 시작된 스텔스 항공기 개발은 F-22 랩터와 F-35 라이트닝 II로 이어지며 적의 레이더망을 무력화하는 '보이지 않는 전사'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스텔스 기술의 절대적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젠(殲)-20, 러시아의 수호이 Su-57, 미국의 차세대 폭격기 B-21 레이더(Raider)까지 등장했지만,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고도화된 레이더 기술과 인공지능 기반 탐지 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스텔스기의 생존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텔스 기술은 주로 전파 반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형상 설계(RCS 감소), 전파 흡수 소재(RAM), 적외선 신호 억제, 통신·레이더 침묵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완전한 '투명화'가 아닌 '탐지 지연'을 목적으로 한다.
미 국방기술분석업체 랜드(RAND Corporation)의 군사기술 분석가 존 길버트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텔스는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이지, 보이지 않게 만드는 기술은 아니다"라며 "최신 레이더 기술과 결합된 AI 알고리즘은 스텔스기의 미세한 흔적도 추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대공 탐지 기술의 핵심은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다. 이는 고속 빔 조향과 멀티타겟 추적이 가능하며, 스텔스기의 RCS가 낮더라도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반사되는 신호를 탐지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VHF 대역 레이더나 저주파 장거리 탐지 시스템을 활용해 스텔스기의 궤적을 유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더 나아가 캐나다 퀘벡대와 러시아 국방과학원 등은 '양자 레이더(Quantum Radar)'의 실용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는 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해 스텔스 기술의 반사 회피 능력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미티어로지컬 어소시에이츠(Meteorological Associates)의 군사기술 고문 닐 페리 박사는 "양자레이더가 상용화될 경우, 스텔스기는 더 이상 하늘에서 은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AI 기반 센서 융합 기술도 급속히 발전 중이다. 전통적인 레이더 외에도 적외선 탐지, 통신 교란, 전파 수집(EW) 등 다양한 방식이 통합 분석되며, 기계학습을 통해 위협 항적을 식별하고 예측하는 기술이 실전에 적용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스텔스 기술의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22년 공개된 B-21 레이더는 기존 B-2의 후속 모델로, 장거리 침투와 핵무기 투발 능력을 갖춘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다. 노스럽 그러먼은 "B-21은 기존 탐지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지능형 전자전(EW) 기능과 유연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미래 전장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스텔스 자체만으로 전술 우위를 유지하기보다는, 유인기-무인기 협동(MUM-T), 인공지능 기반 전투 지휘 시스템, 다중플랫폼 동시작전 등으로 공중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텔스 항공기는 여전히 현대 공중전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기술의 양면성, 즉 탐지 기술의 발전은 은폐 기술의 발전만큼 빠르거나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스텔스는 절대적 방패가 아닌, 다층 방어 체계 속의 한 구성요소로 재정의되고 있다.
AI와 센서 융합, 양자기술 등의 발전은 미래 전장의 룰을 다시 쓰고 있으며, 이제는 '누가 더 안 보이느냐'보다 '누가 더 빨리, 정확히 식별하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