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북극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한때 접근 불가능했던 항로와 자원 지대가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는 것이다. 유엔 산하 기구인 WMO(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북극의 빙하는 지난 30년간 약 40%가 감소했으며, 2035년경에는 여름철 북극 항로가 완전히 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이처럼 북극이 ‘접근 가능한 지역’이 되자, 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미국, 캐나다, 중국 등 주요 강대국은 북극을 ‘21세기 신지정학의 격전지’로 규정하며, 앞다퉈 군사 기지 확충과 해군력 배치에 나서고 있다.
◇북극의 기존 패권국 러시아의 움직임=러시아는 북극 연안 국가 중 가장 넓은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략적 요충지인 북극항로(NSR, Northern Sea Route) 통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미 북극 인근에 군사 기지 13곳을 복원하거나 신설했으며, 북극에 특화된 병력과 전투기, 방공 시스템까지 배치한 상태다.
특히 2021년부터는 최신형 미그-31 전투기를 북극 기지에 순환 배치하고 있으며, 북극 전용 핵추진 쇄빙함 건조에도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RIAC)의 군사전략가 안드레이 코르슈노프는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극은 러시아의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 구역이며, 미국의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국방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안보 재균형 위해 군사적 개입 강화 나선 미국=미국 역시 북극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북극전략사령부를 공식 출범시킨 미국은 최근 알래스카를 전진기지로 활용해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 내 전략 환경 변화를 군사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은 캐나다 및 북유럽 동맹국과 함께 북극에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공동 군사훈련을 정례화했으며, 해군과 공군은 북극권에서의 작전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 해군연구소(USNI)의 군사 분석가 엘리자베스 브로우는 “북극은 더 이상 평화로운 최후의 공간이 아니라, 자원과 안보의 이해가 충돌하는 고위험 구역”이라고 분석했다.
◇‘근북극 국가’ 앞세워 북극 진출 노리는 중국=중국은 북극에 직접적인 영토는 없다. 하지만 지난 2018년 ‘북극정책백서’를 통해 스스로를 “근북극 국가(Near-Arctic State)”로 선언하고, 북극 개발 및 항로 사용의 권리를 주장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은 ‘일대일로’의 북극 확장 버전인 “빙상실크로드(Ice Silk Road)” 전략을 추진하며,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자원 공동개발, 항로 공동 사용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중국 해군 함정이 점점 더 자주 북극 해역에 나타나고 있으며, 북유럽 항구에 대한 투자도 급증했다. 중국해양전략연구소(CISS)의 장웨이 연구원은 “중국은 북극을 단지 군사적 공간이 아니라, 미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경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보 위기감 느끼는 캐나다=북극권에 영토를 보유한 캐나다는 러시아와 북극 항로를 두고 갈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과의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정부는 북극 기후 대응 및 군사력 보강을 위한 10년 전략을 발표하며, 원주민 지역에 군사 레이더 설치와 공군 기지 현대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 군사평론가 토마스 준슨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극은 단지 자원 문제가 아니라, 북미 대륙 전체의 안보와 연결된 문제”라며, “중국과 러시아 모두를 견제하기 위한 캐나다의 독자적 군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