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과도한 경제형벌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 관련 ‘배임(업무상 배임) 죄 규정의 완화·정비’ 논의가 법조계와 기업현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식 입법 절차가 남아 있으나, 제도 변경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을 상대로 한 형사수사·기소의 감소로 인해 형사·컴플라이언스 분야에 집중된 로펌의 ‘일감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서초동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배임죄 완화가 기업 범죄에 대한 실효적 제재를 약화시키고 주주·시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왜 ‘배임죄 완화’인가=정부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경제형벌’을 정비해 기업의 경영 부담을 낮추겠다는 명분을 제시한다. 대통령 지시는 현행 형사 규정 일부가 기업의 정상적 경영 판단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특히 경영판단의 영역(judgment)이 형사 처벌로 얼룩지는 것을 막아 투자·고용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경제형벌 TF가 설치되어 배임죄 등 규정의 개선을 검토 중이며, 개선안은 조만간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펌, 검사실무, 형사사건 생태계의 변화=법조계 내부에서는 즉각적인 충격 시나리오가 나온다. 기업 상대 형사 사건(배임·횡령·회계부정 등)은 대형 로펌의 안정적 수익원 중 하나이며, 기업의 형사 리스크가 낮아지면 형사 방어·대응, 내부조사(디스커버리), 합의·형사조정 업무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기업 내부 통제·컴플라이언스 관련 자문(내부감사 설계,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 등) 수요의 재조정도 예상된다.

다만 모든 로펌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사적 손해배상 소송, 주주대표소송, 경영권 분쟁, 규제·행정절차 대응 등 다른 법률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어 업종간·사무소간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해외 사례=해외에서는 국가별로 접근이 엇갈린다. 영국은 2023년 이후 관리자의 책임 확대 조치를 비롯해 2025년 범죄 치안법 개정안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오히려 기업형사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의 형사 위험을 강화하는 추세가 포착된다. 이는 ‘책임소재의 명확화’와 준법의무 강화를 통해 기업행동을 규율하려는 의도다.

미국은 법무부의 개별 임원에 대한 기소 및 책임추구 지침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책임 추구의 방향을 강화하는 정책과 동시에, 기업에 대해서는 DPAs(기소유예합의)·벌금·집행유예 등 다양한 행정·형사적 선택지를 병용해왔다. 즉 형사책임을 완전 폐지하지 않고 ‘개인 기소’와 ‘기업 벌칙’을 병행하는 유연한 집행 모델을 운영해왔다. 이런 모델은 기업 경영 판단과 형사책임의 경계를 조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법률시장(로펌)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법조계에선 형사사건 축소 시나리오(급격한 완화), 보완장치 병행 시나리오, 대체시장 확대 시나리오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가령, 급격한 완화 시 배임죄 적용 범위가 크게 축소되면 대형로펌의 형사팀·내부조사팀 일부가 축소되거나 업무 포트폴리오를 민사·M&A·조세·국제중재 등으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 전문 변호사의 공급 과잉·임금 압박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완장치 병행 시나리오는 형사처벌을 줄이는 대신 규제·행정처분·과징금·주주구제 강화가 병행되면, 로펌은 ‘규제·행정 대응’과 ‘민사소송’ 중심의 업무로 전환하면서 법률시장의 재편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대체시장 확대 시나리오는 기업들이 형사 리스크는 낮아졌더라도 내부통제·ESG·준법감시를 강화하려는 수요가 늘면 로펌의 자문·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결론적으로 “일감의 총량” 변화는 법률시장의 구조조정 방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완전한 형사면죄가 아닌 한, 로펌은 빠르게 업무영역을 재배치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법·시장·사회 3축의 조율이 관건=전문가들은 다음 세 가지 원칙을 권고한다. 첫째, 단순 경영판단과 명백한 범죄행위는 구분되어야 하며, 완화는 예외·기준을 분명히 해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형사 완화 시 민사적 손해배상·감독·공시의무를 강화해 피해자 구제와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투명한 기준과 사후효과(투자·고용·사건 수 변동·기업범죄 발생률)를 평가해 보완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배임죄 완화 논의는 단순한 ‘기업 편의’와 ‘로펌 수요’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규범적 정당성, 피해자 구제, 시장 신뢰, 국제비교 경쟁력 등 복합적 가치가 걸린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서초동의 ‘우려’는 법률시장 측면의 한 장면일 뿐이며, 정책결정권자는 형사·민사·행정적 수단을 통합적으로 설계해 사회전체의 공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형사처벌을 제거하면 기업의 혁신·투자 유인이 개선될 수 있으나, 반대로 내부통제가 약화되면 거래 당사자·투자자·근로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신뢰비용(trust premium)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형사화 완화와 동시에 민사적·행정적 통제장치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권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