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서 지원받은 무기를 살펴보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발발 3년째를 넘기며 세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현대전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전선이 고착화되면서 ‘소모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유럽 각국의 재정적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러시아, GDP 대비 방위비 40년 만에 최고치=러시아는 2024년 기준으로 방위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약 6.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소련 해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3년 기준으로 약 1090억 달러를 국방에 지출했으며, 2024년에는 이 수치를 1400억 달러까지 늘렸다. 이는 러시아 전체 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군사경제학자 사무엘 그린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사실상 전시경제 체제로 전환했다”며 “방위 산업이 민간 부문보다 우선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의 피로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매달 약 100억 달러 이상을 전쟁 수행에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병력 유지, 무기 생산, 민간인 지원, 점령지 관리 등이 포함된다. 특히 드론, 포탄, 미사일 등 소비성 무기의 재보급 비용이 급등하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드론공격으로 파괴된 시가지@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지원금이 없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든 나라=우크라이나는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약 37%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직접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예산에서 군사 관련 지출은 약 620억 달러(2024년 기준)에 달했으며, 여기에 서방의 무기, 탄약, 훈련, 재건 및 민간 지원을 포함하면 연간 전쟁비용은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2022년 이후 약 1750억 달러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으며,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도 누적 지원 규모가 120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독일 경제연구소(IfW)는 2024년 기준으로 G7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총액이 3100억 달러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캐슬린 힉스 박사는 디펜스 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는 21세기 가장 비싼 ‘대리전(proxy war)’의 무대가 되고 있다”며 “서방의 지원이 끊기면 방어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교관들로부터 훈련을 받는 북한 파병군@연합뉴스


◇전쟁비용 규모, 주요국 방위비와 비교하면=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연간 전쟁에 투입하는 자금은 각각 약 1000억~1400억 달러 수준이다. 두 국가의 전비를 전 세계 주요국 방위비와 비교해보면 미국(8860억달러)의 4분의 1 정도지만, 세계2위 군사대국인 중국(2250억달러)의 연간 방위비와 맞먹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쟁 중인 두 나라가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군사 지출 국가가 된 셈이다. 다만 이 지출은 대부분이 국방을 넘어서 전투 유지, 인프라 파괴 복구, 민간 지원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분명한 점은 지속적인 전쟁이 양국 모두에게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인해 루블화 가치 하락, 외환 보유고 소진, 에너지 수출 제약 등을 겪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인구의 20% 이상이 국외로 유출되고 산업 기반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우크라이나의 GDP를 전쟁 전 수준의 65%로 추정했으며, 러시아 역시 성장률이 1%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쟁 비용이 국가의 장기적인 생산성, 기술 투자, 교육 등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