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주석@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실각했다.”

최근 몇 달 사이, 이러한 루머가 아시아권 유튜브 채널과 SNS, 그리고 일부 탈중국 인사들의 입을 통해 확산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으로 쏠리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일체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실각설은 오히려 정보의 부재 속에서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최초 유포는 어디서 시작됐나=이번 ‘시진핑 실각설’은 지난 5월 중순경 유튜브를 통해 활동하는 몇몇 반중 매체와 망명 인사들에 의해 제기된 것이 시발점이다. 특히 미국 거주 중인 전직 중국 외교관 출신 망명 인사의 발언이 기폭제가 됐고, 이를 다른 유튜버들과 일부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갈수록 파장이 커지고 있다. X(트위터)에서도 #XiJinpingFalls 해시태그를 달고 급속도로 퍼졌으며, 텔레그램 등 암호화된 메신저 앱을 통해서도 중국 내외로 전파됐다.

한 예로, 홍콩 출신의 유명 유튜버이자 반중 활동가인 윌리엄 창은 자신의 채널에서 “베이징 고위층 내 권력 균열이 심화되고 있으며, 시진핑이 당내 내부 조사에 직면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대부분 구체적 증거 없이 ‘익명의 소식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반복되는 건강이상설과 쿠데타설=시진핑 주석에 대한 실각설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가 2018년 개헌을 통해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해진 이후, 그의 건강 문제와 권력 균열설은 주기적으로 제기돼 왔다.

2022년 가을에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이 군부에 의해 연금 상태에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짓는 장면이 나오면서 거짓으로 판명됐다. 건강 이상설 역시 “걸음걸이가 불안정하다”, “공식석상에서 잠깐 사라졌다”는 식의 소문을 바탕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센터의 라이언 하스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실각설은 외부 관찰자들의 '희망적 사고'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며 “중국 체제 특유의 폐쇄성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군부 숙청과 내부 균열 가능성=이번 실각설이 특히 확산된 배경에는 최근 시진핑이 주도한 군부 숙청이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중국 인민해방군 내 로켓군과 전략지원부대 고위 간부 수십 명이 부패 등의 혐의로 줄줄이 해임됐고,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하태경 전 의원이 “중국 내에서 시진핑에 대한 군 내부 반발 조짐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이슈가 더 확산됐다. 하지만 이 발언 역시 구체적 근거보다는 ‘분위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프랑스 국제전략연구소(IFRI)의 시릴 파이옹 연구원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부 숙청은 시진핑이 여전히 강력한 권력 집중 상태에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며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공포 정치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보 통제가 낳는 역설=중국 정치에 대한 루머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정보의 부재’다. 국가 지도자의 건강 상태, 동선, 결정 과정 등이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지는 체제에서는 침묵이 곧 ‘소문의 진원지’가 된다. 언론 자유가 없는 구조 속에서 유일한 정보원은 외신과 반체제 인사들이며, 이들이 틈을 비집고 주기적으로 루머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중국 내 정치학자인 우추이(吳春義) 교수는 “중국의 정치 권력은 궁중 정치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잠깐의 침묵조차도 정권 교체설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돼 왔다. 장쩌민 주석 말기에는 ‘치매설’이 돌았고, 후진타오 주석이 2012년 퇴임 당시에는 “권력 이양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확인되지 않은 채 사라졌고, 시진핑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