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리더십 공백과 낙하산 인사에 KAI 성장 둔화, 민영화로 경영 효율화 기능 활성화 필요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이 급성장하며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이 일제히 실적을 끌어올린 가운데, KAI만이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방산업계는 사상 최대 수주 잔고를 달성했지만, KAI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내부 리더십의 불안정과 의사결정 지연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사업이 흔들리고 있어, 민영화를 통한 경영 효율화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 조직운영 구조 문제와 직결된 민영화
KAI의 성장 정체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조직 운영 구조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KAI는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국내 항공기 사업을 통합하며 출범한 공기업 성격의 방산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26.41%), 2대 주주는 국민연금(약 9%)으로 사실상 공공 지배구조 아래 운영돼 왔다. 하지만 26년 동안 8명의 사장이 교체되며 평균 재임 기간은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내부 승진을 통한 안정적 리더십 구축은 단 한 차례에 그쳤고, 낙하산 인사 논란과 임기 중도 교체가 반복되면서 전략적 일관성이 크게 흔들렸다.
▌ 사업 지연으로 이어진 리더십 공백
이 같은 리더십 공백은 사업 지연으로 이어졌다. KF-21 보라매 전투기 양산 일정은 속도 조절 논란이 지속되고, FA-50 수출 확대, 수리온 헬기 후속 개발, 유지보수(MRO) 사업 등도 계획 대비 진척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 사업 특성상 장기적 투자가 필수지만, 사장 교체와 조직 재편이 잦으면 프로젝트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KAI의 매출은 3조6337억 원, 영업이익은 2407억 원으로 각각 4.9%,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 기업들은 기록적 실적 개선을 이루며 대비를 이뤘다.
▌ 의사결정의 속도와 책임성
이처럼 KAI의 정체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왜 지금 민영화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그 해답을 “의사결정의 속도와 책임성”에서 찾는다. 공기업 체제 아래에서는 정부 승인 절차,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 정치적 리스크 등으로 주요 결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KF-21과 같은 대형 국책 사업은 시기별 조율과 자금 투입이 민감한데,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수록 사업 지연 위험은 커진다. 반면 민영화가 이뤄지면 단일 경영 체제 아래 책임경영이 가능해지고,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세계 항공우주 산업 2032년까지 2배 성장 예상
또한 세계 항공우주 산업은 2032년까지 두 배 가까운 성장이 예상되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AI만이 구조적 제약에 묶여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민영화 논의를 자극하고 있다. 한 방산 전문가는 “수주 잔고가 큰데 실적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는 것은 내부 운영 체계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지금과 같은 속도로는 글로벌 톱티어 항공우주 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론 민영화가 만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KAI가 직면한 문제들이 반복되는 리더십 공백, 공기업 구조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 핵심 사업 추진력 부족 등 구조적 성격을 띠는 만큼, 단순 경영 개선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러한 배경은 왜 KAI 민영화 논의가 다시 부상했는지를 설명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