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자율운용이 바꾸는 전쟁의 양상, 그러나 윤리와 규범의 경계선에 선 드론 전쟁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러시아가 드론(무인기) 전문 부대를 정식 창설하고 전투 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군 무인시스템군 부사령관 세르게이 이시투가노프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에 새로운 무인시스템군이 창설됐으며, 부대 구조와 사령관이 이미 결정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드론 전문군 창설”을 지시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이 전장 양상을 바꾸는 결정적 무기로 부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 러시아 ‘무인시스템군’, 전장의 새로운 주역
이시투가노프 부사령관은 “무인시스템군의 작전은 통합된 계획에 따라 다른 전투부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주요 임무는 우크라이나군의 장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중 드론뿐 아니라 지상 로봇 시스템, 해상 무인정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 드론들은 적 장갑차를 타격할 뿐 아니라 전방에 식량과 탄약을 수송하고, 지뢰 설치 및 부상자 후송 임무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러시아군은 이 정도 수준의 드론 전력을 갖추지 못했으나,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과 기술 개발, 인력 양성으로 단기간에 자율 전투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국방부 산하 군사대학뿐 아니라 민간 대학의 군사교육센터, 제조기업까지 드론 전문가 양성에 동참하고 있으며, 전용 군사교육기관 설립도 추진 중이다.
▌ 드론 전쟁의 본질, AI와 자율운용
21세기 드론 전력의 핵심은 인공지능(AI)과 자율 운용 기술이다. 과거에는 사람이 원격 조종하던 단순 장비였다면, 이제 드론은 스스로 목표를 탐지·판단·공격하는 ‘스마트 전투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자율 정찰 드론은 실시간 영상 분석으로 위협을 식별하고, 자율 공격 드론은 지정된 목표를 스스로 추적해 타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드론 편대(스웜)’ 개념은 수천 대의 드론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협동 작전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런 변화는 러시아만의 흐름이 아니다. 미국 육군의 ‘스카이파운드리’ 프로젝트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미 육군은 향후 2~3년 내 최소 100만 대의 드론을 전장에 투입해, 병사 1인당 전투 효율을 AI를 통해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AI 드론, 새로운 무기 패권의 경쟁
AI 드론은 이제 군사력의 척도이자 산업 전략의 핵심이 됐다. 미국은 민·군 협력과 산업 생태계 확장을 통해 스카이파운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중국은 기술 자립과 대량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러시아는 전술적 소형 드론 중심으로 실전 운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정밀 자율 공격, AI 표적 식별, 민간 기술 융합에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경쟁은 단순한 무기 증강이 아니라 전투 효율, 기술 주권, 공급망 독립을 둘러싼 새로운 패권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 자율무기에 가려진 그림자
AI 드론의 확산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윤리적·법적 딜레마를 초래한다. 첫째, 책임 소재 문제가 있다. 자율 드론이 민간인 피해를 초래했을 때, 명령을 내린 인간인지, 시스템을 설계한 기관인지, 혹은 AI 자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둘째, 국제 규범의 부재다. 현재 국제사회에는 자율 무기 시스템을 규제할 통일된 법적 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핵무기처럼 절대적 억제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각국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상황이다.
셋째, 윤리적 딜레마다. 인간의 생명과 죽음의 결정을 AI가 내리는 것이 정당한지, 전투 효율성을 위해 인간의 통제권을 기계에 넘기는 것이 가능한지 등등 이런 질문은 드론이 전장을 지배할수록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드론이 전장에 본격 배치될수록 기술 발전 속도와 국제 규범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 미래 전장, 인간과 기계의 협동체계
미래의 전장은 인간-기계 협동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병사는 수많은 드론 편대와 AI 분석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감시, 정찰, 공격, 방어를 동시에 수행한다. 드론은 데이터와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AI는 이를 분석해 전략적 결정을 제시한다.
다만, 전투의 최종 결정권과 윤리적 판단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는다. 인간의 개입이 사라진 완전한 자동화 전쟁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법적·윤리적 허들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미래 전쟁의 승패는 병력의 숫자가 아니라 기술력·데이터 처리 능력·AI 의사결정 속도가 좌우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 드론 전쟁, 기술과 규범의 교차점
드론과 AI는 전장을 완전히 새롭게 쓰고 있다. 각국의 기술 전략과 군사 철학이 새로운 군사 패권을 결정하는 요소로 부상한 가운데, 국제사회는 AI 무기의 윤리·법적 통제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동화된 전투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의 전쟁은 더 이상 병력의 충돌이 아니라, 기술과 규범이 맞부딪히는 전장이 될 것이다. 러시아의 무인시스템군 창설은 그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