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동맹 맺고, 정책 금융 지원 뒷받침 되어야"
[뉴스임팩트=박종국·이나현기자] K-방산이 역대급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K2전차 폴란드 2차 수출이 확정되었으며, K9 자주포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첫 발을 디뎠고, KF-21 보라매는 실전 배치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방위산업이 국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받게 됐다.
덩달아 방산 소식에 대한 취재 열기도 뜨거워졌다. 전통적인 언론사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들까지 매일 관련 소식을 내보내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보도가 쏟아지다 보니 정보의 옥석 가리기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겼다. K-방산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임팩트는 방산 업계 현안에 밝은 김대영 군사평론가를 만났다. 김대영 군사평론가는 한국항공우주산업 품을 떠나 군사 분야 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 김대영 군사평론가는 김대영 군사평론가는 10여 년 넘게 국방 관련 언론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육군지, KAI 사보 ‘Fly Togheter’ 등 다수의 언론에 기사를 기고하고, 네이버 지식백과에 ‘무기의 세계’를 연재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현재는 ‘K-디펜스뉴스’를 운영 중이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 겸 영국 제인스 국방주간 한국특파원을 맡고 있다.
ㅡ유럽의 방산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K-방산이 위축될 위험은 없나.
“가능성은 있지만 단기간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 방산 생산성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축소되기 시작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부상으로 관련 투자가 급감하면서 크게 위축되었다. 다시 공급을 늘리는 것은 산업을 개편해야 하는 문제라 빠르게 이뤄지기 어렵다. 특히, 무기 체계 내 전자의 비중이 커졌다 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해 냉전 이후에도 일정 수준 방위산업 역량을 유지해 왔다. 2021년 말 K2 전차 사업타당성 검토 문제로 중소 방산기업의 줄 파산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중공업 분야가 비교적 탄탄한 기술력으로 방위산업을 뒷받침해 주는 가운데 방산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ㅡK-방산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더 많은 무기를 수출하려면 국가적인 동맹 관계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전략적 동반자 수준은 되어야 한다. 폴란드 군이 우리나라에서 무기 체계 운용 교육을 받고 있는 것처럼 우리군도 폴란드에 가서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아울러 방산 수출 지원과 관련된 업무가 분산되어 의사결정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원화된 정부조직을 만들어 역할과 예산을 할당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방위사업청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ㅡK-방산의 호황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방산 중소기업들은 기술력 부족과 납품 후려치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강한 방산생태계 구축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제는 미국처럼 국방 스타트업을 키워야 할 때이다. AI 자율 시스템 분야에서 급부상 중인 안두릴도 미군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했다. 우리나라도 사업 수주에서 대기업끼리 경쟁시키는 것을 멈추고, 중소기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혀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드론 사업은 규모상 대기업이 뛰어들기엔 생산능력(CAPA) 낭비가 될 수 있어 적절치 않은 분야다. 이 같은 분야에서 방산강소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
ㅡK2전차의 수출 전망을 어떻게 보나.
“K2전차의 경우 수요가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다. 중동 시장으로 수출이 기대된다. 중동은 90년대에 들여온 노후화된 전차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미국 에이브람스 전차와 독일 레오파드 2전차밖에 선택지가 없었는데, 이제는 K2전차라는 새로운 대안이 생긴 것이다.”
“폴란드가 왜 K2전차를 선택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에이브람스와 레오파드 2는 승무원 4명이 필요한 반면, K2전차는 3명이면 된다. 이는 부대 인력 증원 없이도 과거 소련제 전차를 대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무기 체계의 가격과 미래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중부 유럽국가들에는 K2전차가 적합하다.”
ㅡKF-21의 수출 전망을 어떻게 보나.
“KF-21의 유럽향 수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현재 KF-21블록1은 공대공 전투만 가능하고, 쌍발 엔진이라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정찰 즉 다임무가 가능한 KF-21 블록 2가 공군에 전력화 되야 한다. 반면, 미국 F-16은 공대공·공대지·공대함 무장을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는 데다가 유지비도 적게 든다. 무기 수출 특성상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정책 금융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약 체결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수출금융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에 계약 체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KAI는 현지 언론과의 소통으로 우호적인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홍보대행사를 쓰고 있으나, KAI는 그렇지 않다. 방산 수출은 신뢰와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외 홍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ㅡKAI 민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KAI는 KF-21 다음 먹거리가 마땅치 않아 10년 뒤 사업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다. 사업 추진력 향상을 위해 민영화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KAI에 대한 정부 지분은 1~2%만 유지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본다. 다만, 유무인복합 무기 체계가 대세가 되는 등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변수다. 향후 유인전투기 보다는 무인전투기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전투기 시장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ㅡ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기 엔진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사업성이 있다고 보는가.
“현재 KF-21에 들어가는 GE사의 4.5세대 엔진은 면허생산을 하고 있지만, 차세대 전투기인 KF-XX에 들어갈 5·6세대 엔진에 대해서는 미국이 면허생산을 허용해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독자적으로 엔진을 개발하거나 해외와 협력해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항공기 엔진은 개발비만 3~4조원이 드는 사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군용뿐만 아니라 민항기 시장 진출까지 고려해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발을 늦게 시작했다 보니 해외 수출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