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쏭그란 Songkran 가족 조상 감사 기리고 새해 맞이 행사
[한성규 라오스통신원=뉴스임팩트]좀 지난 얘기지만 지난 4월 태국 방콕에 다녀온 얘기를 하려 한다.매년 4월 중순 태국 모든 도시의 거리는 말 그대로 물바다(송끄란 축제)로 변한다. 송끄란(Songkran) 축제는 단순한 물놀이가 아니다. 태국인들에게 송끄란은 가족과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지닌 축제다. 이 축제는 태국의 전통적인 새해 맞이 행사에서 유래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물의 축제로 변모했다.
물속에 담긴 의미
송끄란은 사실 ‘물 축제’라는 단어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본래 의미는 물로 모든 것을 정화하는 의식이다. 태양이 새롭게 위치를 바꾸며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태국인들은 물을 뿌려 악운을 씻고, 새해의 복을 기원한다. 이는 단순히 물로 몸을 씻는 행위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상징적인 정화를 뜻한다. 예를 들어, 집안의 불상이나 신당에 물을 부어 깨끗하게 하고,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렇게 물은 단순히 축복을 기원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신성과 연결되는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축복
방콕에서 송끄란을 경험하는 것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주요 거리인 시암(Siam), 실롬(Silom), 카오산(Khaosan) 거리는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대형 물탱크와 물총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물을 맞는 것은 그저 재미로 여겨지지만, 그 속에는 서로에게 축복을 보내는 마음이 담겨 있다. "축복을 기원한다"는 뜻으로 물을 뿌리며, 그 누구도 불평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축제에 참여하는 여행객들도 손쉽게 물을 맞고 웃음을 터뜨린다. 물과 함께 웃음과 기쁨이 곳곳에서 넘쳐난다.
송끄란 축제의 기원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있다. 옛날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 근처 촘폰 마을에서, 두 총각이 한 처녀를 사랑했다. 그들은 서로 친분이 있었고, 모두 처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처녀가 선택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로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마을을 지나던 왕이 처녀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처녀는 왕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를 알게 된 두 총각은 갈등에 빠지고, 한 총각은 왕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다른 총각은 이를 왕에게 알려 위기를 벗어나게 만든다. 왕은 이 총각을 위해 큰 잔치를 열어주고, 또 다른 처녀를 그에게 배필로 정해 준다. 이 전설은 송끄란 축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서로에게 축복을 보내는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제적 축제
송끄란은 이제 태국의 고유한 문화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축제가 되었다. 2023년, 송끄란 축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이를 기념하는 ‘마하 송끄란’ 세계 물 축제가 2024년에 개최되었다. 송끄란 축제는 태국의 전통을 전 세계에 알리는 행사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퍼레이드와 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스들이 설치되었다. 태국의 무에타이, 전통 음식, 지역 특산물 등도 함께 경험할 수 있어, 단순히 물놀이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태국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송끄란 축제 중, 나는 방콕의 중심 관광지 카오산로드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물을 맞을 때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퍼졌고, 서로 물총을 쏘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이 축제가 얼마나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지 깨달았다. 그 순간, 물속에서 함께 웃고 떠드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생겼다. 물은 단순히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관계를 맺게 만드는 매개체였다.
물론 송끄란 축제에서 물을 맞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물에 젖는 것을 피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송끄란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물에 젖는 것에 있지 않다. 물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축복을 나누는 도구일 뿐, 그 안에 담긴 정신은 서로를 이해하고, 새해의 복을 기원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다. 물놀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함께 웃고 춤추며 축복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제 송끄란은 단순한 물축제를 넘어서,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배우는 문화적 장이 되었다. 매년 4월, 태국에서 펼쳐지는 물의 향연은 단순히 축제를 넘어, 사람들 간의 연결을 돕고, 서로를 이해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태국 방콕에서 송끄란 축제를 경험하며 나는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그저 물에 젖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축복을 나누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거리를 나가보면 귀를 막고 굳은 얼굴로 서로를 적대하는 많은 시선과 마주친다. 여러모로 부러운 축제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