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신임장교 마사다 요새 방문 두번다시 함락되지않겠다 결의
남녀 구분 없이 의무복무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이스라엘은 나라를 잃었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후대에도 이를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아주 특별한 행사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 마사다 요새는 장교들이 임관 선서를 하는 장소이며 신병들이 훈련을 마치고 방문해 지난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두 번 다시 함락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로마군과의 최후의 항전에서 ‘살아서 노예보다 죽어서 자유인 유대인’이 되겠다는 조상들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2000년간 나라를 잃고 떠돌던 지난 역사의 고통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적인 결의와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우리보다 국가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강하다고 말한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군에서 복무한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생계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나라다. 단지 역사적인 배경으로 나라의 소중함에서 비롯된 문화가 아니라 이스라엘 국민들의 의식이 그렇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개인의 이익보다 희생이 더 중요하다는 국민적인 공감대와 인식, 그리고 이를 계승하는 문화가 현재의 이스라엘을 만들었다고 한다.
군 복무를 해 본 분들의 공통적인 추억은 정신교육의 따분함과 부담감이다. 재미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매번 같은 얘기의 반복이라 새로운 것도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특히, 군에 와서 처음 경험하는 정신교육이 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정권의 문제점 등 사회에서는 가의 들어본 적도 없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더해, 강사들의 일방적인 강의는 졸지 않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담되고 따분하고 싫은 시간이었다. 내용을 떠나 강의 형식이 그리 환영받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이 가장 문제였다. 과연 군의 정신교육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남북분단이라는 엄연한 현실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우리의 안보와 안전에도 대우 중대함에도 이스라엘 국민처럼 심각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 교육과 인식의 문제였다. 북한의 무력도발과 불법 침범으로 많은 군인과 국민이 희생되었음에도 우리의 인식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 군 복무 자체가 부담이고 회피하고 싶은 대상인데, 거기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쿤텐츠나 문화, 생활이 기대되고 환영받기를 어렵다는 생태적인 한계가 큰 발복을 잡은 것이다.
요즘은 군의 정신교육이 그나마 예전과 달이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과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요즘 병사들과 세대에게는 그리 큰 환영을 받지는 못한다고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내용의 한계이다. 정신교육이다 보니 민주주의의 우월성과 북한의 실체 등이 주로 다뤄진다. 그리고 교육방법도 국방홍보원에서 제작한 영상시청에 의존한다. 간부의 추가 설명과 토의라는 시간도 있지만 다 아는 바와 같이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수요일 오전을 하게 되어 있으니 억지로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정신교육에 대한 선입견이자 현실이다.
시간이나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다들 공감할 것이다,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많다. 단지, 지금의 방법과 향식을 과감하게 벗어나는 결심과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공보정훈 병과에서 지금의 고정관념과 안일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고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결국 의지의 문제다. 힘들과 귀찮고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고생하면서 할 인물도 부족했다.
아이들의 교육방식을 보면 집중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만들면 그대로 효과로 이어진다. 관심을 가지도록 내용을 만들고 재미가 있는 방법을 합치면 흡수가 빠른 교육내용이 된다. 요즘 병사들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형식을 바꾸면 된다. 어차피 내용은 정해져 있다하더라도 형식이 다르면 효과는 달라진다. 시간이나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집중하게 만드는 내용과 형식이라면 효과는 확실하다.
내가 30년 넘게 정훈장교를 하면서 느낀 정신교육의 문제는 1년 52주를 기준으로 최소 36는 정신교육을 해야 한다는 그 고정관념이었다. 효과를 떠나 36주 이상을 해야 지적을 받지 않는 소부대의 고충을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너무나 당연해서 허물 수 없는 거대한 성벽이었다. 그러나 36번이 아니라 효과나 내용을 고려하면 30분이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따문한 강의가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들도 동원했어야 했다. 퀴즈가 되었건 영상이건, 그 고정관념이 정신교육을 망치거나 유명무실한 가치로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했다면,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방법을 달리하거나 과감한 형식탈피와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것을 탐구했다면 아마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고도의 정신력을 가진 군인들이 되었을 것이다. 더 자유롭고 열정이 넘치는 지금 젊은 세대에게 국가안보를 맡기고 있다면 그들이 진정 나라는 지키는 군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정신무장도 시켜야 한다. 단지 18개월 근에서 생활하다 집에 오는 캠프 생활이 아니라 언제든 나라가 부를 때 달려오는 국가를 지키는 재원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위해서도 정신교육의 필요성과 중대성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군 복무를 당연하고도 숭고하게 생각하게 된 원천은 바로 대를 이어 내려온 정신적인 유산이자 교육의 힘이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적인 북한군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휴전선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과연 제대로 군인으로서 올바른 정신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판문점이나 JSA(공동경비구역)를 많이 경험한 나로서는 그 때마다 눈앞의 북한군이 내 적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군인으로서 나의 임무를 더욱 강하게 인식하는 계기였다.
3월 27일은 서해수호의 날이다. 2016년부터 3월 넷째 금요일은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 북한의 불법 도발에 희생된 호국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북한의 변하지 않는 남침 야욕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10년이 조금 지난 희생자들의 아픔을 우리국민과 군인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저 과거에 일어났던 불행한 일로 기억하고 있다면 앞으로도 같은 일은 벌어질 것이다.
군이 국민들의 염원대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군인으로서의 육체적 군사적 능력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전역 후에도 나라를 지키는 재원으로서 확실한 정신력을 강화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지금의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 방법은 고민하고 소통하고 확대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2025년에 1980년의 틀에서 헤매고 있어서는 답이 없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