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딛고 일어선 베트남 독립 80주년

1858년 프랑스 식민지
도이머이 경제정책

베트남 독립기념일에 모인 시민들@한성규 통신원
베트남 독립기념일에 모인 시민들@한성규 통신원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통신원]하노이의 거리는 붉은 축제의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가로등마다, 가게마다, 오토바이마다 금성홍기가 펄럭인다. 이는 단순한 법정 휴일이 아니라, 150년에 가까운 식민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주체적인 민족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날을 기리는, 베트남 민중의 가슴 속에 가장 깊이 새겨진 국경일이다.

베트남은 나흘 간의 연휴(8월 30일부터 9월 2일)로 ‘독립기념일’을 맞는다. 하노이의 거리는 이미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가로등마다, 가게마다, 아이, 할아버지 할머니 할 것 없이 국기를 흔든다. 이는 단순한 법정 휴일이 아니라, 80년 전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 주체적인 민족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날을 기리는, 베트남 국민의 가슴 속에 가장 깊이 새겨진 국경일이다.

필자는 최근 하노이를 방문해 그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프랑스 식민건축과 현대적 고층빌딩이 공존하는 거리, 자신의 국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시민들의 표정,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된 도시의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올해의 기념은 더 각별하다. 80주년이라는 의미를 기리며, 베트남은 1만 5천600여 명의 병력이 참여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우방국 군대를 초청했다는 점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베트남의 외교적 위치와 ‘민족 독립’과 ‘사회주의’라는 두 기둥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다.

식민의 아픔, 그리고 독립의 불꽃: 우리와 닮은 베트남의 역사

베트남의 독립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1858년 프랑스의 다낭 침공으로 시작된 식민지 시대는 베트남 민중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프랑스는 인도차이나 연방을 구성하며 벌목, 광산, 플랜테이션 농업을 통해 착취의 경제구조를 고착화시켰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군이 진주하는 ‘이중 착취’의 시대를 겪었고, 1945년 대기근은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점에서 베트남의 현대사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닮아있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라는 고통스러운 식민 지배를 겪으며 독립을 위해 피어린 투쟁을 벌였다. 베트남이 호치민 주석의 지도하에 1945년 9월 2일 독립을 선언한 것처럼, 우리도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같은 해에 해방을 맞이한 두 나라라는 공통점이 우리에게 더욱 특별한 연결고리로 다가온다.

사진@한성규통신원
사진@한성규통신원

 

80년의 세월, 그리고 오늘의 베트남: 한국과의 우정과 협력

80년이 지난 오늘, 베트남은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며 ASEAN의 주요 국가로 부상했다. 이제 OECD가입도 준비하고 있다. 하노이와 호찌민시의 번화가는 세계 어느 도시와도 견줄 만하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과거를 잊지 않았다. 독립기념일은 바로 그 정체성을 확인하는 날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이제 경제·문화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수많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고,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우리도 그들의 자랑스러운 성취를 함께 축하할 필요가 있다.

아픈 역사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이웃나라

하노이의 거리에 펄럭이는 금성홍기는 단순한 깃발이 아니다. 그것은 80년 전의 피와 눈물, 그리고 그 대가로 얻은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다. 베트남의 독립기념일은 한 국가의 생일을 넘어, 제국주의에 맞선 모든 민중의 투쟁과 승리를 축하하는 날이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겪었기 때문에 베트남 국민의 기쁨과 자부심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필자가 하노이에서 본 그 단호하고 자랑스러운 시민들의 눈빛이 증명하듯, 광장의 함성은 80년의 세월을 견디고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그들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베트남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며, 양국 간의 우의와 협력이 더욱 깊어지고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선 양국의 미래가 밝기만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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