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비상계엄 9개월 군인사 단행
병사 200만원
국방예산이 66조 3,000억원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지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12.3 비상계엄이 있은 지 9개월 만에 군 수뇌부에 대한 새로운 인사가 단행되었다. 육해공군 대장 7명 모두가 교체되어 비상계엄을 앞장서서 수행했던 군에 대한 일신(일신(一新))의 구색을 갖추었다.
비록 육군에 한정된 비상계엄 관련자와 부대의 출동이었지만, 이는 군 전체의 쇄신과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전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실이자 역사였다. 지난 9개월 동안 군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주요 부대의 지휘관과 참모들이 재판에 불려나가고 군인들은 혹여나 하는 불안감과 걱정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일선 부대의 후배 장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지금은 그냥 기본 임무만 하고 있어야 하고 빨리 인사가 이루어져 새 지휘부와 인사이동을 해야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군 참모총장들은 취임 일성으로 신뢰받는 군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을 정확하게 짚어서 다행이다. 우리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그동안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도 그동안 우리 군이 신뢰를 확실하게 얻었다고 단언했던 시대는 한 번도 없었다. 크고 작은 사고와 사건, 부정으로 군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으며, 아직도 북한의 위협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군사력의 한계도 군이 믿음직스러운 위상을 갖추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언재부터인지 국민들이 군에 대해 갖는 관심이 많이 적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큰 사건 사고도 줄어들고 장병 복지와 생활환경 개선으로 군 생활이 더 이상 감옥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온 결과로 본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기억하고 생각하는 군과 군인들은 아직도 옛 기억이 전부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군대는 아직도 가고 싶지 않는 곳임은 분명하다. 시대와 세대에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 군은 그런 존재다. 그렇다보니 군에 대한 시선도 부정적이고 불편하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군은 현실적이다. 병사 월급 200만 원이 더 관심을 받고, 병사들이 휴대전화로 마음껏 통화를 하게 해 주는 군이 좋을 뿐이다. 내년도 국방예산이 66조 3,000억이라는 뉴스보다 강부와 병사의 당직비 인상과 월급 인상이라는 항복을 더욱 눈여겨본다. 방위력 개선을 통한 강군 육성은 큰 그림이고 당장 와 닿는 예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병사 월급이 급작스럽게 올라 병사들조차 놀라게 했던 몇 년 전의 예기는 이미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에서 장병들의 군 복무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18개월이나 27개월을 군에서 살다 오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정부문 자신의 희생을 받아들이는 것과 군 복무가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투기술과 정신력을 다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내가 새 군 수뇌부에 바라고 싶은 점이 바로 이 점이다. 과연 이러한 기본 원칙을 얼마나 중요하고 우선시하는지 묻고 싶다. 진정 나라를 지켜낼 수 있는 군 복무를 하게 하는지, 나라를 지키는 것이 정말로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지.
내가 30여 년 동안 군 복무를 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은, 진정 나라를 지키려는 군인들은 최소한 자신이 군인임을 잘 알고 있고 거기에 맞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직업이든 아니든 군복을 입고 있는 동안은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군인으로서 배우고 갖추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병사들이 전역 후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한계를 앞서 지적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핑계로 허약한 병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군인으로서 최소한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고 있다면 자신감과 책임감은 충분히 갖춰야 한다. 하품 나오고 재미없는 정신교육으로 병사들을 정예 군인으로 만들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해 왔던 군대의 정신교육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틀에 박힌 정신교육이 아니라 군 생활 자체의 엄격함으로 올바른 군인의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군의 정신교육은 더 이상 이념 전쟁의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아야 실패하지 않는다.
군 정신교육 실패의 가장 큰 사례는 현역들이 모자나 베레모를 씨지 않고 다니는 것과 예비군 교육에 임하는 예비역들의 복장이다. 요즘 주변에서 가끔 목격하는 예비군의 모습은 나라를 지키려고 했던 군인의 모습이 아니다. 차라리 안 봤으면 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군 생활이나 군복이 얼마나 싫으면 그런 모습으로 다니는지. 군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가르쳤는데도 소용이 없다는 것은 군의 정신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교나 부사관 같은 간부들도 병사와 다를 바 없다. 도대체 모자는 왜 지급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기본조차 바로 잡지 못하고 첨단 무기를 들여오면 당장 북한을 이길 것으로 생각하는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를 바란다. 군이 기강을 바로 잡는 것이 우선시 된다. 우리가 미군을 우러러보면서도 미군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군인으로서의 기본 의무와 책임감, 자긍심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다.
군이 새로운 분위기로 지도부를 교체하고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군을 이끌어 나가려면 기초부터 다시 확고하게 다지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80년이 다 되어 가는 군의 모습이 언제까지 우습고 나약하며 하찮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걱정하는 일이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전쟁으로 생사를 위협당하고 고통을 받는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군이 많이 발전하고 첨단무기로 국방력을 강화해 왔다고 해도 아직도 북한의 가공할 무력에 자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주한미군의 역할과 의미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