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국지전, 동남아시아 군사 균형의 민낯

태국군이 캄보디아에 포격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태국군이 캄보디아에 포격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통신원]동남아시아에서도 총성이 울렸다. 2025년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 벌어진 국지전은 단순한 국경 분쟁을 넘어, 역내 군사 균형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필자는 태국 파타야 인근의 우타파오(U-Tapao) 공군기지와 사타힙(Sattahip) 해군기지를 둘러본 적이 있다. 그리고 베트남 다낭과 호찌민, 필리핀 마닐라와 세부의 공군기지를 방문했을 때 느낀 점은 하나였다. 동남아의 군사력은 겉보기보다 훨씬 다양하고, 국가별 전략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 태국과 캄보디아, 숫자로 본 전력 격차

Global Firepower 2025에 따르면 태국의 국방력은 세계 25위, 캄보디아는 95위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태국은 총 병력 60만 명, 그중 현역 36만 명을 보유하고 있고, 국방예산은 58억 달러에 달한다. 캄보디아는 현역 20만 명, 예산은 8억 달러 수준이다. 겉으로 보기엔 주력전차 숫자(태국 635대, 캄보디아 644대)가 비슷하지만, 장갑차·자주포·견인포 전력에서 태국이 압도한다. 캄보디아는 대신 다연장로켓(MLRS)에 집중해 포병 화력으로 국지적 균형을 꾀하고 있다.

공군력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태국은 F-16, JAS-39 그리펜 등 전투기 72대, 공격기 27대, 수송기 74대를 포함해 총 493대 항공기를 운용한다. 반면 캄보디아는 전투기조차 보유하지 못한 채 수송기와 헬기만으로 방공을 유지한다. 유사시 제공권은 논할 필요조차 없이 태국의 손에 있다.

해군 전력 역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태국은 동남아 유일의 헬기탑재 경항공모함 차끄리 나루에벳을 보유하고 있으며, 프리깃·코르벳·초계정을 포함해 60여 척의 함정을 운영한다. 캄보디아 해군은 20여 척의 소형 초계정이 전부다. 해상교통로 장악력은 사실상 태국이 독점한다.

태국해군기지@한성규통신원
태국해군기지@한성규통신원

 

■ 태국의 전략: ‘작은 군주’의 균형자 역할

태국은 지정학적으로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심이다. 서쪽으로 미얀마, 동쪽으로 라오스·캄보디아, 남쪽으로 말레이시아와 맞닿아 있다. 이런 위치는 태국에게 동남아시아의 중재자·균형자 역할을 부여한다.

내가 방문했던 사타힙 해군기지에는 미국과의 합동훈련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안보 협력을 이어오면서도, 중국과도 무기 거래를 유지해 ‘균형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번 국지전에서도 태국은 전면전보다는 제한적 응징, 즉 군사적 ‘시그널링’에 가까운 대응을 택했다.

■ 캄보디아의 현실: 로켓 의존과 비대칭 전략

캄보디아는 인구 1,700만 명, 좁은 영토, 취약한 인프라로 인해 정규전 수행능력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캄보디아 군은 다연장 로켓 발사기를 다량 운용해 국지적 화력 우세를 확보하려 한다.

하지만 전투기·방공체계가 부재한 상태에서 장기전은 불가능하다. 태국의 공군력에 의해 포대가 노출되면 순식간에 제압당할 가능성이 높다. 캄보디아의 전략은 결국 단기충격·협상유도형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동남아 군사 균형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번 태국-캄보디아 충돌은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던진다.

첫째, 지상 전력의 숫자만으로 전쟁의 승패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공권·지속보급능력·국방예산이 결합된 종합전력이 중요하다.

둘째, 동남아는 ‘소프트 밸런싱’이 활발한 지역이다. 태국·베트남·싱가포르 등은 서로 견제하면서도 미·중 사이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셋째, 한국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이 지역과의 방산 협력, 연합훈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한국제 장갑차·K9 자주포·훈련기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수출되고 있다. 한-아세안 방산 협력은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역내 안보 안정에 기여하는 외교 카드가 될 수 있다.

전쟁은 언제나 안타깝다. 하지만 그 속에서 국제정치와 군사 균형의 본질을 볼 수 있다. 최근 국지전에 대한 대처로 태국 총리가 직무 정지당했다. 태국 파타야의 활주로에서 바라본 그 전투기들이, 국지전의 긴장 속에서 다시 이륙하고 있을 것이다. 그 소리는 우리에게도 묻는다.

“한국은 과연 국지전이 벌어졌을 때 어떤 대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