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재로 탄생한 ‘역사적 휴전’…그러나 진짜 평화는 아직 멀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2년 동안 이어진 가자전쟁이 마침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집트 중재 하에 휴전 합의 1단계에 서명했고, 24시간 이내에 공식적인 휴전이 발효될 예정이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재건’과 ‘평화’라는 단어를 되새기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불신, 상처, 그리고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 트럼프, ‘평화의 중재자’로 부상하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가자 평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난 수개월간 미국·이집트·카타르 3자 채널을 통해 끈질긴 협상을 이어왔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CBS와의 문자 인터뷰에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매우 확신한다”며 “하마스와 네타냐후가 이번에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미 측근들에게 “이번 휴전이 내 임기의 상징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일부 참모들은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미국 내 여론은 트럼프의 잇단 ‘전쟁 종식 선언’에 냉담했지만, 가자전쟁은 예외적이다. 미국 국민 다수가 전쟁의 참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만큼, 이번 평화가 실질적 성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 이스라엘, 24시간 내 휴전 돌입 예정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 쇼시 베드로시안은 9일(현지시간) “오늘 저녁 내각 회의에서 휴전 합의가 공식 승인되면, 24시간 이내에 가자에서의 공격은 멈춘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의 약 53% 지역으로 병력을 재배치하고, 하마스는 72시간 이내에 잔여 인질 20명을 송환해야 한다.
앞서 이날 오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1단계 최종안’에 모두 서명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전쟁으로 희생된 인질 가족들이 “당신이 해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영상이 확산됐다.
▌ 가자, 잿더미 속에서 맞이한 새벽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가자지구 곳곳에서는 작은 환호와 눈물이 뒤섞였다.
가자시티 출신 구호활동가 도아 카라완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두 해가 너무 길었다.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적어도 이제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아직 남아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재건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휴전 발표 직전까지도 폭격은 계속됐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의 발표 이후에도 이스라엘 헬기가 가자 상공에서 공격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새벽 6시 40분경, 가자시티 자이툰 인근에서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 국제사회, 일제히 ‘평화 복원’ 지지
유엔기구들은 즉각적인 구호활동 재개에 들어갔다. UNRWA는 “3개월분 식량과 의약품, 기본 생필품이 준비돼 있다”며 이스라엘 측에 물자 반입 허가를 요청했다. 휴전이 확정되면 이스라엘은 첫 5일간 하루 400대의 구호 트럭을 들여보낼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파괴된 의료 체계 복구를 지원할 것”이라며 “가장 좋은 약은 평화”라고 강조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잉어 애싱 대표는 “총성과 폭격이 멈추면 가족들이 처음으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 진짜 평화는 아직 멀다
트럼프의 중재로 시작된 이번 휴전은 “첫 걸음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스라엘 내 인질 가족 대표 에프라트 마치카와는 “오늘은 빛이 어둠을 이기는 첫날이지만, 여전히 현실은 복잡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지금은 희망의 시간인 동시에 경계의 시간”이라며, “재건을 위한 국제적 자금 지원과 정치적 합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하마스의 정치적 미래, 가자 재건비용, 그리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참여 여부 등이 핵심 변수”라고 전망한다.
2년간의 참혹한 전쟁은 일단 멈췄다. 하지만 진짜 평화는 ‘휴전선 위의 침묵’이 아니라, 무너진 도시와 사람의 마음을 다시 세울 때 비로소 완성된다.
가자는 이제 총성이 아닌 재건의 망치 소리로 새벽을 맞이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