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리던 전차 개발, 2~3년으로 단축…‘완벽한 100%’보다 ‘즉시 배치 가능한 90%’ 해법을 택한 미군의 새로운 전력화 방침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미 육군이 차세대 전차 ‘M1E3 에이브럼스’(Abrams M1E3)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며, 오는 2026년 말까지 실전 테스트를 마무리할 것이란 목표를 세워 주목된다. 이 전차는 1990년대 이후 오랫동안 미 지상군의 주력으로 자리했던 M1 시리즈를 대체할 예정으로, 기존보다 가볍고 유연하며 디지털화된 전투 플랫폼으로 설계되고 있다.
▌ “10년이 아닌 2~3년 안에 실전배치”
미 육군 지상전투체계 부서의 딥 대령은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다음 10년이 아닌, 앞으로 2~3년 내 이 능력을 전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군사 장비 개발 주기(약 10년 이상)를 대폭 단축하겠다는 의미로, ‘속도가 곧 전력’이라는 철학 변화를 상징한다.
딥 대령에 따르면, 시범 차량은 조만간 특정 부대에 배치될 예정이며, 정확한 부대명과 위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디지털 설계와 모듈형 구조가 만든 ‘개발의 속도’
M1E3는 기존 전차와 달리 모듈화와 오픈 아키텍처, 그리고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이 핵심이다.
이러한 설계 방식 덕분에 전차의 각 부품은 교체·업그레이드가 용이하며, 시스템 통합과 유지보수가 빠르다. 예를 들어, 엔진, 센서, 전자 장비 등이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로 연결되어 있어 신형 부품을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장착할 수 있다.
또한, 상업용으로 이미 검증된 부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개발 속도와 비용을 동시에 절감했다. 딥 대령은 “완벽한 100% 해답을 기다리기보다, 90%의 해답을 빨리 제공하는 것이 훨씬 낫다”며 “전장뿐 아니라 기술개발에서도 속도가 승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 ‘상용 엔진’으로 유지비 100분의 1로 절감
지상전투체계 부서의 하웰 대령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M1E3에 캐터필러사의 상용 디젤 엔진을 도입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 사용 중인 맞춤형 전차 엔진은 한 대당 100만 달러가 넘고, 부품도 세계적으로 희소하다. 하지만 상용 엔진으로 교체하면, 부품 수급이 쉬워지고 수리비는 1만 달러 미만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소수의 정비공이 부품을 모아 근처 캐터필러 대리점에서 수리할 수 있다”며 “맞춤 제조가 아닌, 상용 정비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전장의 현실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유지·보수 비용의 절감뿐 아니라 전시 긴급 수리 능력을 크게 높인다.
▌ 전력의 패러다임 변화 ‘속도 중심의 혁신’
M1E3 개발은 단순한 전차 교체를 넘어, 미군의 전력 획득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에는 완벽한 설계를 위해 수년을 소비했지만, 이제는 “빠르게 투입 가능한 90% 완성형”을 우선 배치하고, 실전 피드백을 통해 진화시키는 구조로 전환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민간 기술혁신 방식인 ‘애자일 개발(Agile Development)’이 국방 분야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사례다. 즉, 기술·운용·개발이 동시에 진행되는 유기적 체계로 진화한 것이다.
▌ 차세대 전차가 상징하는 미 육군의 방향성
M1E3는 단순히 ‘새로운 탱크’가 아니라, 미 육군의 미래 전쟁 개념을 구체화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경량화: 기존 M1보다 수 톤 가벼워 기동성과 연료 효율이 향상.
-개선된 동력계통: 효율적 엔진과 발전 시스템으로 장시간 작전 가능.
-핵심 무장은 유지: 기존의 120mm 활강포를 유지해 전투력 연속성 확보.
-개방형 전자 시스템: 향후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무인기 연동 등으로 확장 가능.
결국 M1E3의 목표는 ‘차세대 지상전력의 허브’다. 하나의 전차가 아니라, 데이터 네트워크와 병행 작동하는 ‘전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완벽보다 빠름’을 택한 미군의 진화
과거에는 ‘정밀함’과 ‘완벽함’이 무기체계의 미덕이었지만, 미래 전장은 속도와 적응력이 우위를 결정한다. M1E3 프로젝트는 그 변화를 대표한다. 미 육군은 이제 “100% 완벽한 내일의 전차보다, 90% 완성된 오늘의 전차”를 원한다.
이같은 전환은 단지 신형 전차의 등장이 아니라, 군수·산업·기술생태계 전체의 혁신 신호로 보여진다. M1E3는 미군의 새로운 구호—“속도가 이긴다(Speed Wins)”—을 상징하는 첫 번째 실체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