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차 비교] ‘비스트 vs 훙치’ 美中 슈퍼 리무진이 보여주는 국격 경쟁

미국의 ‘움직이는 요새’와 중국의 ‘국산 자존심’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부산에서 맞서다

방한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용차량 훙치N701. @연합뉴스 
방한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용차량 훙치N701.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30일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산 의전 차량인 ‘훙치(紅旗) N701’을 타고 미중정상회담이 열린 나래마루로 향했다. 반면 그의 카운터파트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산 방탄 전용차 ‘더 비스트(The Beast)’를 이용해 이동했다. 두 정상의 이동수단은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세계 최강국의 기술력과 국가 이미지를 상징하는 ‘움직이는 외교무대’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비스트’—세계 최강의 방어력

‘비스트’는 미국 대통령 전용차의 공식명칭인 캐딜락 원(Cadillac One)의 별칭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제작하며, 미국 비밀경호국의 의전 및 안전 기준에 따라 설계된 차량이다.

비스트의 차체는 길이 약 5.5m, 무게는 9톤에 달하며, 항공기 수준의 방호력을 자랑한다. 강철, 알루미늄, 케블라, 티타늄 등으로 구성된 차체는 폭탄·총탄·화학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다. 타이어가 파손돼도 주행이 가능하며, 실내는 완전 밀폐되어 외부 공기와 차단된다. 또한 대통령 전용 혈액이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이동식 생존 캡슐’로 설계됐다.

내부는 군 통신망과 연결되어 있으며, 백악관과 펜타곤, 부통령 관저 등 주요 기관과 실시간으로 암호 통신이 가능하다. 비스트는 단순한 차량이 아닌, 미국의 국가안보 시스템 일부로 기능한다.

미 대통령 전용차량인 '더 비스트'가 경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 대통령 전용차량인 '더 비스트'가 경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훙치 N701’—기술자립과 자존심의 결정체

시진핑 주석이 이번 방한에서 이용한 훙치 N701은 중국제일자동차그룹(FAW)이 제작한 최고급 국산 의전 차량이다. ‘훙치(紅旗)’는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붉은 깃발’을 의미하며, 1958년부터 최고지도자의 전용차로 사용돼 왔다.

시 주석이 현재 이용 중인 N701은 2022년 홍콩 방문 때 처음 공개됐으며, 개발비만 약 5억7000만 위안(약 1100억 원)이 투입됐다. 연간 생산량이 5대에 불과한 한정판으로, 중국 내부에서도 시 주석을 비롯한 극히 제한된 인물만이 이용할 수 있다.

세부 사양은 기밀이지만, 방탄·방폭 기능과 화학무기 대응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은 전통적 중국 미학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해, 권위와 품격을 동시에 표현한다. 차량 전면의 붉은 깃발 엠블럼은 단순한 브랜드 로고를 넘어 ‘중국몽(中國夢)’의 시각적 상징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2018년 이후 해외 순방 때 외국산 차량 대신 훙치를 고집하며 ‘리무진 외교’를 펼쳐왔다. 2023년 미국 방문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훙치를 보고 “정말 멋지다”고 하자, 시 주석이 “나의 훙치다. 국산이다”라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훙치N701이 30일 김해공항에서 시진핑 주석의 도착에 앞서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훙치N701이 30일 김해공항에서 시진핑 주석의 도착에 앞서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비스트는 ‘방어의 상징’, 훙치는 ‘자존심의 상징’

비스트와 훙치는 모두 국가 최고지도자를 위한 전용차지만, 그 철학은 다르다.

비스트가 ‘완벽한 방어와 생존’을 목표로 한 기술집약형 요새라면, 훙치는 ‘국산 기술력과 정치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국기(國旗)에 가깝다.

비스트는 냉전시대 이후 미국의 군사력과 정보력을 차량에 집약한 결과물이다. 전 세계 어디서든 대통령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기능과 실용성이 중심이다.

반면 훙치는 시진핑 체제의 ‘국산 우선주의’와 ‘중국몽’의 상징으로, 정치적 메시지와 국가 정체성이 강조된다.

국격이 담긴 두 바퀴

비스트가 보여주는 것은 세계 최강국 미국의 안보 시스템, 훙치가 보여주는 것은 급부상한 중국의 기술 자립 의지다. 두 차량은 각각 미국과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권위를 구축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김해공항에서 출발한 두 정상의 행렬이 나래마루에 도착할 때, 세계는 단순한 의전 행렬이 아니라 두 체제의 기술력과 국격이 맞서는 장면을 목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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