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열병식을 보는 불편한 이유 

북한군의 열병식@연합뉴스
북한군의 열병식@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육군 정훈병과 중령] 북한은 10월 10일 당 창건 80주년에 맞춰 열병식을 열었다.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서 있는 모습이 전 세계로 보도되면서 그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었기에 이번 열병식은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우리는 과거 주로 5년 단위로 국군의 날 행사를 개최해 시가행진에 각종 부대와 최신 무기 등을 선보였다. 국민들에게 국방력이 이 만큼 성장하고 준비되었다는 것을 통해 국민적인 공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목적이 강했다.    

반면, 북한의 열병식은 단순한 과시 수단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소국(小國)이 아니라 여차하면 미국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은 사거리 1만 5000㎞의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하며 "최강의 핵전략 무기체계"라고 선전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장거리 핵미사일이다. 

지난 2023년 열병식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18형'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시옷)',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인 단거리 전술 미사일(NK-23) 확대 개량형, 핵어뢰 '해일' 등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열병식을 바라보는 우리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세심하게 분석한다. 이전에 선 보이지 않았던 무기와 부대, 일물 등에 대해 자세히 파악한다. 이것이 곧 북한군의 전력 구조나 전투력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번 북한군의 열병식도 예전과 같이 규모가 상당했다. 기계같은 병력들의 도보 행진과 여러 무기와 장비들이 줄을 맞춰 지나가는 모습은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군 출신이 내가 봐도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우리 국민들은 북한군에 다시 한 번 긴장했을 것이다.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실재하는 북한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았다면 그런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미국이 전 세계의 최고 국가로 자리 잡은 것이 단순히 경제력 덕분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강하고 크다는 것을 인식시킨 것은 큰 전쟁에서 승리하며 다른 나라들을 지켜 준 미국군의 역할이 가장 컸다. 그 미군은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어 안보가 위협을 받는 나라들은 미국에 큰소리를 못 내고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으로 그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는 것도 그 배경에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미군이 있기에 가능하다. 우리도 연례적으로 미군과 훈련도 하고 같이 근무하는 연합방위태세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군과 같이 훈련이나 군사 연습을 해 본 군인들은 미군의 전투 규모와 전력 운용에 대해 상당히 충격을 받는다. 전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는 미군의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라는 것은 오렛동안 기억에 남는다.

 미군의 군사적 비군사적 능력을 경험하고 나서는 우리도 미군과 같은 전투력과 국방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깊이 느낀다. 국력의 차이가 곧 국방력의 차이가 된다. 6.25전쟁 이후 UN군의 일원으로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과 전쟁 억제에 기여하는 바는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 그 덕을 잘 활용해서 우리도 이만큼 발전했다는 것은 정말 우리가 미국과 미군을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북한군의 열병식을 보고나면 걱정과 조바심이 생긴다. 걱정은 우리 국민들이 북한이나 북한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이고, 조바심은 북한의 전투력에 비길 우리군의 능력을 한시라도 빨리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서이다.

더욱이 이번 북한의 열병식은 우리 추석 명절 연휴 기간에 있어 더 더욱 관심이 떨어졌을 것이다. 우리가 추석을 즐기고 있는 동안 우리 머리 위에서는 우리를 공격할 막강한 군인과 무기들이 세상에 나왔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추석이라는 명절을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것은 우리 군이 나라를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와 관계없는 나라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신기해하면서 열병식을 보겠지만, 그것이 북한군이기에 상당히 불편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북한군이 무자비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으면서도 북한군의 직접적인 위협이 무엇인지를 마주해야 한다는 현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우리가 더 준비되는 시기까지 북한군의 열병식에 대한 불편한 현실은 앞으로도 상당히 지속될 것이다. 북한군의 열병식을 보면서 북한군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우리의 대비태세를 더욱 확립하는 방향성으로 삼아 세부적인 실천사항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들도 북한에 대해 현실을 바로 알 수 있는 시간으로 삼아 전 국민의 안보태세를 확고하게 정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풍요롭고 편안한 추석 명절을 보내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지금도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을 치르는 여러 국가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현실이고 전부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의 의미가 오늘 따라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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