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대하는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하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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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임팩트=이장호 전 군 정훈병과 중령]지난 10월 24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 열리는 아세안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로 이동 중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들(북한)은 이미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라고 말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의 태도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이냐는 우려 섞인 분석이 많았다.

이는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발언이라는 것이어서 더욱 그 파장이 컸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했지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입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표라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얼마 전 한미일 외교장관 화담에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재확인될 정도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안보의 큰 중심점이자 확고한 기준점이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진심이라면 북한에 대한 정책과 관점이 대폭 수정되어야 할 판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때인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당시 분위기로는 6.25전쟁의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일련의 평화 모드가 곧 실현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우리로서는 남북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자 한반도 평화 구축이 큰 이정표가 될 수도 있었던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북한의 지나친 요구사항을 미국이 거부하면서 성과 없이, 단지 두 정상의 만났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거가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이번 발언이 어떤 의중을 담은 것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우리로서는 기존에 미국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서 큰 변화가 있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만한 사안은 아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재 만남을 원하는 강력한 메시지이고,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과거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편, 같은 날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그동안 논란이 있었던 ‘평화적 두 국가론’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평화적 두 국가론은 종점을 통일이 되는 고속도로”라며 “민족 내부 특수 관계 속에서 평화적 두 국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평화적 두 국가를 통해 돈과 물자가 오가다 보면 결국 종착점은 결국 통일이 된다는 것이라고 부언했다. 

정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에 대한 비판은 우리나라 헌법 제3조에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한다는 조항과 제4조 자유 민주적 평화 통일을 지향한다는 조항에도 위반 소지가 있어 정치적 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정 장관인 통일부의 수장이라는 것이 더욱 논쟁의 원인이다. 국가의 통일 정책을 주도하는 자리에 있는 정 장관이 그동안의 통일 정책의 근간을 허무는 발언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비판이다.

특히, 정 장관은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북미 정상이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발해 더욱 비판을 받았다. 우리의 통일 문제를 왜 북한과 미국이 만나서 화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과 우리는 그냥 뒤에서 보고만 있는 것이 통일 정책이냐는 비판이 거세기도 했다.

같은 날 나온 두 뉴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의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는 분명 한국을 패싱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함에도 오히려 북한과 미국의 만남을 고대하는 우리 당국자의 발언도 마음 편하지 않다.

한 가지 더, 함동참모본보부는 지난 10월 19일 강원도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병사 1명이 귀순했다고 발표했다. 상황을 모니터하던 우리 군이 추적 감시하고 유도해 무사히 신병을 확보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러다가 10월 24일, 합참은 귀순 당일 오후에 소총으로 무장한 북한군 수 명이 귀순한 북한군을 잡기 위한 추적조로 MDL 이남 우리 측 지역에서 식별되어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났다고 새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자칫 남북간의 교전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근래에 북한과의 마찰이 없었기에 불필요한 추측과 논쟁을 피하기 위해 군사보안이라는 이유로 당시에는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어떠한 정치적 언행과 교류가 진행되든지, 남과 북은 여전히 전쟁 상태로 남아있다. 북한의 핵무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다양한  무기들을 우리는 안방에서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6.25전쟁을 겪은 우리로서는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기에 비핵화는 당연히 중요한 과제이다. 

전쟁을 해서 통일을 하겠다는 북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의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동맹들과의 확고한 유대로 우리를 지키는데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가장 강력한 동맹이 우리를 빼고 북한과 소통하고 만나겠다는 데 박수를 치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잠깐만 생각해도 답은 명확하다. 

우리가 안보와 통일에 대해서는 확고하고 명확한 입장을 견지해야 나라가 안정되고 견고해진다. 지금도 국토방위에 수고하고 있는 50만 우리 장병들 오직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고 이러한 정세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통일은 결코 남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확고하게 인식하고 전 국민이 일치된 언행을 유지해야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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