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에 현행 자원제 유지하되, 신병 부족시에는 강제 징집할 수 있는 조건부 징병제 도입 합의…향후 10년간 최대 27만명 병력 확충 계획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독일 정치권이 자원입대를 유지하면서도 신병이 부족할 경우 강제로 징집할 수 있는 조건부 징병제 도입에 합의했다. 이번 개편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한 이후 약 14년 만에 논의되는 큰 변화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 연령별 병역 신청과 신체검사
연정은 2027년부터 만 18세가 되는 남성 30만 명 전원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만 18세 남녀에게 군복무 의사 설문지를 발송할 계획이다. 설문지는 남성의 경우 의무적으로 답해야 하며, 자원입대에 동의한 청년을 우선적으로 모집한다.
자원입대만으로 병력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의회의 법률 개정을 거쳐 추첨을 통한 징병제 전환이 가능하다. 단, 연정 소속 SPD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추첨을 최대한 늦추고, 필요시 최후 수단으로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 최소 6개월 복무, 1년 이상 복무 시 다양한 혜택
개편안에 따르면 군복무 기간은 최소 6개월이며 연장도 가능하다. 군인들은 약 월 2600유로(약 442만 원)의 급여를 받고, 1년 이상 복무 시 운전면허 취득비용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는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이번 개편을 통해 군 복무를 더 매력적인 선택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일 국방부는 현재 약 18만3000 명인 현역 병력을 2035년까지 25만5000~27만 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자원입대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조건부 징병제를 통해 부족 병력을 보충할 계획이다.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러시아 위협과 미국의 유럽 방위 약속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독일군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 연정 내부 의견 차이와 합의 과정
연립정부는 조건부 징병제를 두고 의견 조율을 거쳤다. CDU(기독민주당)·CSU(기독사회당 연합)은 병력 부족 시 추첨을 통한 의무복무를 요구했지만, SPD(사회민주당)은 “추첨은 최후 수단”이라며 자원입대 중심 전략을 강조했다.
SPD 소속 마티아스 미어슈 의원은 “이번 개편은 청년들에게 ‘의무’가 아닌 ‘선택지’를 제공하는 모델”이라며, 충분한 자원입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CDU/CSU 측은 필요한 경우 의회 승인을 통해 강제 징병을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 나토는 독일군 총병력 최대 46만명 요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독일군의 총 병력을 46만 명(현역 26만 명, 예비군 20만 명)으로 확대할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독일군은 현역 약 18만3000 명, 예비군 4만9000 명으로 목표와 격차가 크다. 이번 조건부 징병제 도입은 이러한 현실적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평가된다. 나토 사무총장 마크 루터는 독일 정부의 이번 합의에 대해 “군 병력 참여를 늘리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 남은 쟁점
올해 안에 병역법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쟁점이 남아 있다. 특히 추첨으로 선발된 신병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택할 경우 대체복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 조건부 징병제 도입은 단순한 병력 확보를 넘어, 독일군의 질적·양적 강화, 자원입대 활성화, 그리고 나토 방위력 목표 달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