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베트남에 공 들여온 신한은행, 현지화·성장성·기업지원 삼박자 전략

기술보증기금과의 협약은 신한의 ‘베트남 장기 전략’의 연장선, 현지화·그룹 시너지·한국기업 지원으로 구축한 해외 성공 모델

신한은행 베트남 하노이 지점. @연합뉴스
신한은행 베트남 하노이 지점.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신한은행이 최근 베트남 현지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200억 원 규모 보증 프로그램을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마련한 것은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신한의 중장기 베트남 전략이 집약된 움직임이다. 이 움직임은 신한이 왜 베트남 시장을 전략 요충지로 삼고 꾸준히 투자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베트남 현지화 성공, 외국계 은행 ‘교과서’ 모델

신한베트남은행은 국내 금융사 중 해외 진출의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신한은 1992년 베트남에 대표사무소를 세운 뒤,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과 조직 정비를 거쳐 2009년 현재의 신한베트남은행을 출범시켰다.

특히 2017년에는 ANZ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함으로써 규모를 기하고, 지점망도 북부(하노이)부터 남부(호찌민), 공단 지역까지 확대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신한은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총자산 규모가 매우 큰 수준으로 성장했다.

조직과 인력의 완전한 현지화

신한의 베트남 사업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진정한 현지화’에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직원 중 약 98%를 현지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고위직 관리자 역시 현지인이 다수다. 이같은 인력 전략은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닌, 고객의 니즈를 현지 관점에서 이해하고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신한베트남은행은 자산과 이익 모두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대비 최근 몇 년 사이 총자산이 수 배로 증가했으며, 순이익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현지 고객 기반, 특히 리테일(소비자 금융) 대출과 예금에서 탄탄한 포지션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의 베트남 금융 네트워크의 통합

신한금융그룹은 단순히 은행 사업만이 아니라 베트남 내 전 계열사(은행, 카드, 생명보험, 증권, IT)를 통해 통합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은 보험-방카슈랑스 모델을 통해 그룹 간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신한DS 베트남 지사는 현지 ICT(정보통신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그룹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은 단순한 현지 은행 이상의 네트워크 효과를 낳는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 진옥동 회장 및 정상혁 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베트남 호치민 투티엠에서 그룹사 신사옥 입주 기념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 진옥동 회장 및 정상혁 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베트남 호치민 투티엠에서 그룹사 신사옥 입주 기념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리스크 관리 및 기업 지원 포지셔닝

이번 신한은행–기술보증기금 협약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신한이 단순히 현지 리테일 고객만이 아닌, 진출 기업(한인 기업 포함)의 금융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은 자금 조달, 투자, 운영자금 확보 등 다양한 재무 수요가 있고, 동시에 환율이나 규제 변화 등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신한이 기술보증기금과 손잡고 보증 비율을 100%로 확대한 것은 해당 리스크를 완화하면서도 경쟁 금융기관 대비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이 협약은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현지 투자를 확대하도록 돕는 동시에, 신한에게는 현지 진출 기업 부문에서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라는 이점이 있다.

중장기 성장 기반 확보

신한이 베트남에 공들여 온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성장성이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세가 견조하고, 소비자 금융 및 기업 금융 수요가 증가하는 신흥시장이다. 신한은 현지 리테일과 기업금융에서 동시 성장을 추구하는 구조를 갖춤으로써 안정적이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 포트폴리오를 설계했다.

더불어, 기술보증기금과의 협약은 신한이 단순히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은행을 넘어,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기업 해외 진출 정책과도 정합성을 갖는다.

종합하면, 신한은행이 베트남에 오래 공을 들여 온 이유는 현지화 성공+그룹 통합 전략+중장기 성장 시장 포지셔닝 때문이다. 이번 기술보증기금과의 협약은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으며, 신한이 베트남에서 단순한 외국계 은행이 아닌 ‘한국 기업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현지에서의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잡는 밑거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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