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재회’로 플리처상 유명인됐던 전쟁포로 로버트 스텀 미 공군대령 별세

베트남전 작전 수행 중 격추돼 생포되어 1966일간 전쟁포로 생활,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벽을 사이에 둔 독방에서 서로 격려…귀국 직후 이혼 등 비극적 개인사

베트남군에 생포돼 5년5개월간 포로생활을 했던 로버트 스텀 전 공군 대령. @유투브 
베트남군에 생포돼 5년5개월간 포로생활을 했던 로버트 스텀 전 공군 대령. @유투브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베트남 전쟁 당시 전쟁포로(POW)로 장기간 억류됐다가 귀환해 가족과 극적인 재회를 이루는 순간이 담긴 사진 ‘기쁨의 분출(Burst of Joy)’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로버트 스텀 전 미 공군 대령이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가족은 그가 현지시간 11월 11일, 캘리포니아 페어필드의 한 요양 시설에서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스텀 대령은 1967년 북베트남 상공에서 F-105 폭격기 임무 수행 중 격추돼 낙하 과정에서 세 차례 총상을 입고 생포됐다. 이후 총 1966일(약 5년 5개월) 동안 하노이와 북베트남 내 다섯 개의 포로수용소를 전전하며 혹독한 고문과 감시 속에 억류됐다. 이 기간 그는 같은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벽을 사이에 둔 독방에서 두드리기 암호로 교신하며 서로를 격려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가던 1973년 석방된 스텀 대령은 귀환 직후 캘리포니아 트래비스 공군기지에서 가족과 재회했고, 그 순간을 AP 사진기자 샐 비더가 포착했다. 사진에는 정복 차림의 스텀 대령이 등을 보인 채 서 있고, 그의 15세 딸 키칭이 두 팔을 벌린 채 공중에 떠오르듯 달려드는 장면이 담겼다. 이 흑백사진은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종료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널리 퍼졌고,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현대사의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포로생활을 마치고 1973년 귀국한 로버트 스텀 대령이 가족들과 재회하고 있다. 이 사진은 그 해 퓰리처상 수상작이 됐다. @연합뉴스
포로생활을 마치고 1973년 귀국한 로버트 스텀 대령이 가족들과 재회하고 있다. 이 사진은 그 해 퓰리처상 수상작이 됐다. @연합뉴스

그러나 사진 이면에는 알려지지 않은 개인적 비극이 있었다. 귀환 직전 스텀 대령은 아내 로레타가 보낸 이혼 통보 편지, 이른바 ‘디어 존 레터’을 전달받았다. 결국 두 사람은 귀국 약 1년 뒤 이혼했고, 이후 각각 새 가정을 꾸렸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스텀은 생전 이 사진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으며 집에 걸어두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는 “사진은 명성과 관심뿐 아니라 법적 문제까지 불러와 달갑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딸 키칭은 평생 이 사진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했다며 “아버지를 되찾았다는 그 순간의 기쁨과 안도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영원히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스텀 대령은 1977년 공군에서 퇴역한 뒤 가족 기업인 페리 스틸 프로덕츠에서 일하고, 기업 비행사로도 활동하며 조용한 삶을 이어왔다. 그의 생애는 베트남전의 비극과 귀환의 기쁨, 그리고 개인적 갈등이 교차하는 미국 현대사의 단면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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