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작전 수행 중 격추돼 생포되어 1966일간 전쟁포로 생활,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벽을 사이에 둔 독방에서 서로 격려…귀국 직후 이혼 등 비극적 개인사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베트남 전쟁 당시 전쟁포로(POW)로 장기간 억류됐다가 귀환해 가족과 극적인 재회를 이루는 순간이 담긴 사진 ‘기쁨의 분출(Burst of Joy)’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로버트 스텀 전 미 공군 대령이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가족은 그가 현지시간 11월 11일, 캘리포니아 페어필드의 한 요양 시설에서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스텀 대령은 1967년 북베트남 상공에서 F-105 폭격기 임무 수행 중 격추돼 낙하 과정에서 세 차례 총상을 입고 생포됐다. 이후 총 1966일(약 5년 5개월) 동안 하노이와 북베트남 내 다섯 개의 포로수용소를 전전하며 혹독한 고문과 감시 속에 억류됐다. 이 기간 그는 같은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벽을 사이에 둔 독방에서 두드리기 암호로 교신하며 서로를 격려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가던 1973년 석방된 스텀 대령은 귀환 직후 캘리포니아 트래비스 공군기지에서 가족과 재회했고, 그 순간을 AP 사진기자 샐 비더가 포착했다. 사진에는 정복 차림의 스텀 대령이 등을 보인 채 서 있고, 그의 15세 딸 키칭이 두 팔을 벌린 채 공중에 떠오르듯 달려드는 장면이 담겼다. 이 흑백사진은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종료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널리 퍼졌고,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현대사의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그러나 사진 이면에는 알려지지 않은 개인적 비극이 있었다. 귀환 직전 스텀 대령은 아내 로레타가 보낸 이혼 통보 편지, 이른바 ‘디어 존 레터’을 전달받았다. 결국 두 사람은 귀국 약 1년 뒤 이혼했고, 이후 각각 새 가정을 꾸렸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스텀은 생전 이 사진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으며 집에 걸어두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는 “사진은 명성과 관심뿐 아니라 법적 문제까지 불러와 달갑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딸 키칭은 평생 이 사진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했다며 “아버지를 되찾았다는 그 순간의 기쁨과 안도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영원히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스텀 대령은 1977년 공군에서 퇴역한 뒤 가족 기업인 페리 스틸 프로덕츠에서 일하고, 기업 비행사로도 활동하며 조용한 삶을 이어왔다. 그의 생애는 베트남전의 비극과 귀환의 기쁨, 그리고 개인적 갈등이 교차하는 미국 현대사의 단면으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