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사진@아랍에미레이트에 파견된 아크부대
사진@아랍에미레이트에 파견된 아크부대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 중에 현지에 파견된 아크부대 장병들과 간담회를 하는 도중 군 관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일이 있어서 화제가 되었다. 파견 중인 상사가 대통령이 진솔한 건의를 하라고 하자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부대 위상에 맞지 않은 노후 장비나 구식 장비의 교체 및 개선 필요성을 건의해서이다.

언론에 보도된 그 상사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도와주러 온 UAE부대의 장비가 훨씬 더 좋아지고 전술도 발전했지만, 정작 아크부대는 10년도 더 된 구식 장비를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폭발물 처리 로봇의 경우 1대만 있어 고장이 나면 UAE군에게 빌려 쓰고 있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신랄하게 현실을 밝혔다.

 국가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방문한 자리는 통상 사전에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행사도 진행하고 간담회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특히 격려 차원의 방문인 경우는 좀 불편하고 어려운 얘기는 분위기상 안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좋은 분위기 속에서 농담도 섞어가며 그야말로 화기애애하게 진행하고 더구나 군은 더욱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 왔다.

이번 상사의 돌출행동(?)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부대 고위 관계자들은 아마도 식은땀이 흘렀을 것이라는 의견과, 시대가 많이 변해서 이제는 불편한 얘기도 서슴없이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내용 등 과거와는 다른 반응들이 많아 나로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행히도 이 대통령이 이번 발언을 동석했던 합참 차장에게 잘 챙겨주라고 당부하며 그 상사를 훌륭하다고 해서 아마도 후한은 없을 듯하다. 나도 이런 군인이 있어야 군이 더욱 발전하고 소통이 잘 된다고 생각한다. 군과 부대 발전을 위한 좋은 의견이 많아야 발전한다는 것은 군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현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불편한 사안들이 개선되거나 변화 없이 그럭저럭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안고 살아야 하는 불편과 위험은 한시라도 빨리 제거하거나 개선해야 한다.

어떤 조직과 집단보다도 군은 상명하복을 강조한다. 상관과 상급부대의 말은 곧 법이다. 그 말이 비록 위법하고 부당해도 하급자와 하급부대는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군대 전통이라고 대를 이어 강요되어 왔던 것이 우리 군이다. 2000년대 들어서 상당한 변화가 있기까지 지속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군이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지금 50대 이상의 세대에게 군은 다시 생각해도 기분이 나쁜 추억이 대부분이다. 여러 이유로 군은 불편하고 억울하고 힘들었으며 인생의 가장 험했던 시기로 기억되고 있어 평생 그 기억을 가지고 살고 있다. 물론, 의미 있고 보람되고 좋은 추억도 있지만, 군에서 겪은 특별한 상황과 일들은 사회에서 겪는 보통의 일들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보도된 상사의 돌발행동은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의외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상사가 이런 발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그 문제에 대해 힘들어했고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는지 공감이 되어 더욱 눈여겨 그 기사를 읽었다. 군을 전역한 후배와 이번 기사에 대해 얘기를 하니 그 후배는 그 현장에 있었던 아크 부대장과 합참 관계자들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도 과거 병사의 돌출 발언으로 황당했던 적이 있었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나도 해외파병을 3번 했었지만, 한국에서 온 군 관계자와의 회식이나 간담회 자리에서 부대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말한 적은 없었다. 물론, 애로사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부대 격려차 방문한 군 관계자에게 말하기는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대놓고 말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용납되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었다. 

이번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과거 동티모르 UN PKO사령부 파병시절 상록수부대에 있었던 모 장교가 현지 파병부대 시찰을 나온 합참 관계자에게 장병들이 더운 나라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게 하겠다며 일부러 에어컨을 끄고는 고장이 나서 가동이 안 된다고 하며 땀을 많이 흘리게 했다. 후에 그 관계자라 귀국해서 현지의 고충을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서를 써서 결국추가 예산으로 에어컨을 구매해서 보냈다는 성공적인 일화를 들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크부대 상사가 던진 돌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두고 봐야겠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고감하게 직언을 한 그 상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마도 그 문제는 조만간 해결되어 더욱 좋은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으니 아마도 상당히 빨리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 상사는 자신의 발언을 후회할까? 아니면 속이 시원할까? 

변화와 발전은 때론 상당한 대가와 아픔, 고통을 수반한다. 나무에 난 상처는 옹이로 더욱 단단해져서 나무를 살리고 성장하게 한다. 그 옹이는 평생 남겠지만 상처가 아닌 훈장이 된다. 미국 대통령이 해와 주둔 미군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병사들과 격이 없이 악수를 나누고 포옹하는 모습을 보며 미국이니까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우리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못하고 있다면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면 된다. 

행사를 계획한 주최는 약속대련처럼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만 따라가는 딱딱하고 불편한 자리는 누구를 위한 간담회고 격려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형식과 격식도 중요하고 상급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그 자리가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깊은 고민이 먼저다. 높은 분들은 모시는 행사를 하면 이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도전하고 계속하면 변화가 많이 있을 것이다. 

군에서 흔히 말하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慾者勝)을 원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하가 잘 소통해야 한다. 함께 터놓고 얘기해야 발전하고 좋아진다. 군은 더욱 그래야 한다. 이제는 그래도 되는 시대가 왔다. 이번 사례처럼 과감하게 도전하다 보면 더욱 편안해지고 좋아질 것이다.  

문득 가수 조용필씨의 노래가 문득 생각난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출처 : 뉴스임팩트(https://www.newsimp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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