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동결·집단방위 공약으로 러시아 재침공 억지 시도
미군 직접 주둔은 배제, 다자 협력의 ‘유럽형 변용 모델’ 부상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을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협의를 본격화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방이 모색 중인 구상은 전후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러시아의 재침공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집단안보 체계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그 청사진이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정착된 ‘한국식 안전보장 모델’과 유사한 구조를 띤다는 점이다.
서방이 ‘한국식 안전보장’을 참고하는 이유
미국과 유럽이 한국식 모델을 염두에 두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선의 동결과 억지력 확보’다. 1953년 휴전 이후 한반도는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전선이 고착화되었지만,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억지력을 유지해왔다. 이는 전면전 재발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둘째, ‘나토 가입의 대안’이다. 우크라이나를 당장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을 확대할 위험이 크다. 이에 미국과 유럽은 한국이 냉전기 나토 대신 양자 동맹(한·미 동맹)을 통해 안전보장을 받은 것처럼, 우크라이나에도 별도의 집단방위 공약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단방위 + 병력 주둔’
논의 중인 안전보장안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먼저 집단방위 공약이다.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하게,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미국과 유럽이 이를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대응한다는 약속이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판 집단방위 체제’다.
둘째, 물리적 병력 주둔이다. 우크라이나 내 서방군의 상시 주둔 또는 순환 배치를 통해 러시아의 재침공을 억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군 지상군 파견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대신 무기 체계 지원과 위성 정보 제공, 공중 지원 옵션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주둔 병력은 유럽 국가들이 맡고, 미국은 ‘후방 지원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식 모델과의 공통점 및 차이점
한국전쟁 휴전 이후 군사분계선 고착화와 같이, 우크라이나 전선도 일정한 선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주한미군처럼, 서방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상주하거나 순환 배치될 수 있으며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유사하게, 우크라이나에도 서방과의 다자·양자 안보협정이 체결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에는 미군이 직접 주둔했지만, 우크라이나에는 미국 병력이 상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양자 동맹이 아니라, 다자적 구조라는 점도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한·미 양자 동맹이 중심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은 미국·EU·우크라이나가 모두 참여하는 다자 협력 틀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동의 여부도 다르다. 한국전쟁 휴전은 남·북·중·미가 합의한 것이지만, 이번 협상에서 러시아가 서방군 주둔을 용인할지는 불확실하다. 이는 안전보장 모델의 성립 여부를 가를 최대 난제가 될 것이다.
한국식 모델이 우크라이나에도 성공하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안전보장은 단순히 종전을 넘어, 전후 안보 질서를 규정짓는 핵심 과제다. 한국식 모델은 전쟁의 재발을 억지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지만, 우크라이나에 그대로 이식하기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미국 병력의 부재와 러시아의 강력한 거부감은 한계 요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서방이 추진하는 안전보장 체제는 ‘한국식 모델을 부분적으로 차용한 유럽형 변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후 우크라이나가 한국처럼 전쟁 억지와 경제 재건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는, 향후 협상 과정과 러시아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