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부다페스트 담판, 영토·안보·제재 완화 얽힌 복합 협상…현실적 절충 없인 ‘평화’ 요원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접어드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다페스트 회담’이 전쟁 종식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중동에서 이룬 휴전 성과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다음 목표로 삼은 만큼, 이번 담판이 실제 평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현실적이고 복잡한 조건들이 충족돼야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 핵심 난제 중 난제, 영토 문제
전쟁 종식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의 영유권 문제다. 러시아는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에 대한 주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등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시킨 사실상 ‘현상유지’를 원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헌법상 어떤 영토도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절충안은 ‘실효 지배를 인정하되 법적 지위는 추후 협상’으로 미루는 형태, 즉 1953년 독일 분단이나 한반도 정전협정과 유사한 ‘동결평화(Frozen Peace)’ 모델이다. 이 경우 러시아는 점령지를 유지하지만, 국제적으로는 공식 승인을 받지 못하는 타협적 구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 안보 보장과 군사 중립화
러시아는 전쟁 발발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절대 불허해 왔다. 따라서 평화 합의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중립국’ 지위를 수용하는 조건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설득 카드로 삼아,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나토 대신 미국·영국·폴란드 등이 보증하는 다자 안전보장 체계를 제안할 수 있다. 예컨대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의 ‘재해석 버전’을 통해, 핵무기 포기 대가로 약속됐던 안보 보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다. 러시아로서는 나토 확장 차단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미국은 전면 개입 없이 ‘외교적 승리’를 얻는 셈이다.
▌ 제재 완화와 경제 보상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 완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에너지 수출, 금융 거래, 첨단 반도체 접근 제한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러시아 경제는 회복이 어렵다. 트럼프는 협상 카드로 “부분적 제재 해제”를 내걸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휴전이 체결되면 에너지 분야 수출 제한을 완화하고, 서방 기업의 러시아 재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러시아는 전면 철군 대신 ‘공세 중단’과 국제 감시단 수용’을 약속하는 형태다. 이런 거래는 푸틴에게는 체면을 세워줄 ‘승리의 퇴각’을 가능하게 한다.
▌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서방의 역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우크라이나의 재건은 장기 과제로 남는다. 트럼프 정부는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등에게 재건비용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직접적 재정 부담 없이도 국제적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고, 재건사업 참여를 통해 미국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는 부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는 서방과의 경제적 연계를 유지함으로써 ‘러시아의 위성국’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 전략적 신뢰 구축과 단계적 이행
트럼프가 주장하는 “하루 만의 종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단계적 접근—즉, 휴전→감시단 파견→교전 중단→점령지 관리기구 설치→정식 평화조약—의 절차를 밟는다면, 단기간 내 전면 충돌을 멈출 수는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헝가리나 터키 같은 중립국을 매개로 한 ‘다층 외교’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트럼프가 언급한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가능성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용 레버리지’로 활용될 것이다.
▌ ‘승자 없는 평화’
결국 트럼프–푸틴 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가 ‘체면을 세우면서 물러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푸틴은 ‘서방과의 정전 합의’를 자국 내 정치적 승리로 포장해야 하고, 트럼프는 “내가 전쟁을 끝냈다”는 외교적 성과를 유권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 협상이 성사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명시적 승자 없이 끝나는 대규모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평화는 완전한 종전이 아니라, 불안정한 정전과 잠정적 균형 위의 평화, 즉 냉전형 ‘관리된 갈등’일 것이다.
물론, 어느 한쪽이 이 조건을 일방적으로 거부할 경우, 이번 회담도 또 하나의 ‘외교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