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회담 무산] 푸틴 회동 취소되자 미사일 우크라 수출 봉인해제한 트럼프

우크라이나 장거리 타격 미사일 허용으로 러시아 압박 강화…트럼프 행정부, ‘조용한 승인 이관’으로 미사일 봉인 해제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서방산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공식 발표 없이 이뤄진 이번 조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사실상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기존에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갖고 있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권을 얼렉시스 그링커위치 미군 유럽사령관(나토 연합군 최고사령관 겸직)에게 이관했다. 승인권 이관 시점은 10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던 시기였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21일 러시아 브리얀스크 지역의 폭발물 및 로켓 연료 생산 공장을 영국제 스톰섀도(Storm Shadow) 순항미사일로 타격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발표하며 미국의 정보 지원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스톰섀도’와 ‘에이태큼스’, 다시 풀린 사용제한

스톰섀도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공대지 순항미사일로, 사거리는 약 250km.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사거리 300km)와 비슷하다.

우크라이나가 이 미사일들로 러시아 국경 인근 목표를 타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스크바 등 러시아 내륙 깊숙한 곳을 공격하려면 사거리 1500km 이상인 토마호크급 미사일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토마호크 제공 요청을 검토했지만, 부다페스트 회담을 위한 푸틴과의 통화 이후 결국 거부했다. 대신 서방 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의 공격 자율성을 확대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한시적으로 승인됐던 장거리 타격 권한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봄부터 다시 봉인됐다. 그러나 이번 승인권 이관 조치로 ‘봉인 해제’가 현실화된 셈이다.

미 해군 전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 @연합뉴스
미 해군 전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 @연합뉴스

푸틴과 회담 무산 이후 ‘강온 병행 전략’ 가동

트럼프 행정부의 미사일 해제 조치는 부다페스트 회담 취소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과 부다페스트 후속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나, 갑작스러운 일정 취소로 회담은 무산됐다. 이후 트럼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군사적 압박 병행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2일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추가 제재 대상에 올렸다. OFAC는 “러시아가 평화협상에 진지하지 않다”며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나토 공보실의 마틴 오도널 대령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의 적법한 군사 목표를 타격할 능력이 있다”며 “우리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는 미국의 승인권 완화가 사실상 나토 전체의 공조 하에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가짜뉴스”라며 부인했지만…사실상 승인 인정

WSJ 보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깊숙한 곳까지 미사일을 쏠 수 있도록 미국이 승인했다는 것은 가짜뉴스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그 미사일들이 어디서 왔든, 무엇을 하든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익명으로 “승인권 이관은 실제로 시행됐으며,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범위가 확대됐다”고 확인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승인 절차 완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힘을 통한 협상’의 재현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전술적 조정이 아니라, 트럼프 특유의 ‘힘을 통한 협상(Deal through Power)’ 전략으로 해석된다. 푸틴과의 대화 창구가 막히자 군사·경제 양면 압박으로 전환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다.

트럼프는 공식적으로 “이 전쟁은 내 임기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하며, 한편으로는 나토 동맹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라는 실리를 챙기고 있다. 즉, 직접적인 전쟁 개입은 피하면서도 무기 수출·제재·군사정보 지원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이중 전략인 셈이다. 제한 해제된 장거리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능력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도 키웠다는 점에서 당분간 전쟁 확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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