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미·러 부다페스트 회담 무기한 연기…트럼프, 푸틴에 이용당했나

부다페스트 미러 정상회담 무산…트럼프의 ‘직접 중재’ 전략,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동력 상실

푸틴 대통령과의 부다페스트 회담 연기를 밝히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과의 부다페스트 회담 연기를 밝히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및 인질 교환을 이끌어내며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국제 갈등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곧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한 담판을 지으려 했지만, 계획이 꼬여버렸다.

트럼프는 가자지구 성과 직후 측근 스티브 위트코프에게 “이제 러시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시하며, 푸틴 대통령과의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을 “2주 내 추진할 것”이라 예고했다. 하지만 이 회담은 며칠 만에 무기한 연기됐고, 미러 외교 수장 간의 예비 접촉도 취소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가자지구 성공의 조건, 우크라이나에서는 존재하지 않아

가자지구 휴전 중재의 핵심은 이스라엘의 강경 조치가 아랍 국가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할 수 있었던 ‘지렛대’ 구조였다.

트럼프는 친이스라엘 노선, 중동 내 경제적 네트워크, 유대계 지지층 등으로 독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는 실질적인 외교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그런 지렛대가 없었다. 트럼프는 푸틴과 젤렌스키 모두에게 압박을 시도했지만,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오히려 전략적 혼선만 심화됐다.

트럼프, 외교 무대서 푸틴에 ‘이용’당했나

푸틴은 트럼프의 회담 지향적인 성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 미국 의회가 러시아 제재 법안을 추진하자 푸틴은 알래스카 정상회담에 동의했고, 트럼프는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이번에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과 패트리엇 방어망을 제공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푸틴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부다페스트 회담 가능성을 띄웠다.

트럼프는 이를 언론에 공개하며 회담 성사를 띄웠지만, 정작 협상은 진척 없이 무산되자, 푸틴의 시간끌기 전략에 트럼프가 말려든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복잡한 우크라이나 전황. @연합뉴스
복잡한 우크라이나 전황. @연합뉴스

젤렌스키와의 긴장 속 회담…“우크라이나는 빈손으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푸틴과의 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다음 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백악관 회담을 진행했지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별다른 합의 없이 종료됐다.

젤렌스키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와 첨단 방어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갔다.

그는 이후 “우리가 장거리 타격 능력을 논의하려 하자마자, 러시아는 외교에 대한 관심을 잃은 듯하다”며 트럼프-푸틴 간 회담 추진이 외교적 혼선으로 이어졌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몇 시간 안에 끝낸다"더니, 이제는 "생각보다 어렵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당시 "대통령이 되면 몇 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이제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는 트럼프가 외교 무대에서 드물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사례로,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 구조 속에서 단순한 '거래식 중재'가 얼마나 힘을 잃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협상 스타일은 직거래, 대면 회담, 개인적 설득에 기반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뿌리 깊은 분쟁에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수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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