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료 유용·대금 미지급·단가 인하 등 불공정 거래 의혹…이재명 대통령 “방산 분야 원가 후려치기 뿌리 뽑겠다” 경고 직후 공정위 본격 조사 착수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위산업 분야의 ‘하도급 갑질’ 근절을 위해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방산 업계 전반에 만연한 기술자료 유용, 대금 미지급, 단가 인하 등 불공정 관행이 국가 안보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산업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조치로 해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경남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두 회사 모두 최근 3년간 하도급업체와 거래 과정에서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납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 단가를 인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두 기업에 대해 각각 별도의 혐의를 적용해 조사 중이며, 특히 KAI에 대해서는 하도급법 외에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관들은 회사 내부 전산 자료, 하도급 계약서, 결제 내역 등을 확보하며 혐의의 구체적 정황을 확인 중이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개별 사건 수사 차원을 넘어, 방위산업 전반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첫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위는 최근 몇 년간 방산업계에서 원가 절감을 이유로 중소 협력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거나, 군용 부품 기술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 분야의 경우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대기업의 기술자료 요구와 단가 인하 압박이 잦다는 점에서 ‘우선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방산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열린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방산 분야에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기업들이 산업 생태계의 상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 인력을 확대하고, 대기업이 원가 후려치기나 기술 탈취 등 지위를 남용할 경우 치명적인 불이익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방산 생태계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방위산업은 대형 기업 중심의 공급 구조 속에서 중소 협력업체가 종속적인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술 혁신과 품질 개선을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기술 보호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공정위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법 위반이 확인되면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한 이번 사례를 계기로 다른 방산 기업, 나아가 조선·항공·전자 등 국가 전략산업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는 개별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방위산업 분야의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기업 제재를 넘어, 공정한 방산 생태계 구축과 국가 안보 기반 강화를 위한 정부의 구조적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