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공정개혁 3부작 ①] 李대통령 “갑질 근절” 주문에 한화에어로·KAI 공정위 조사

기술자료 유용·단가 인하·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 거래 의혹에 공정위, 방산 생태계 공정개혁 본격화…업계 전반 긴장 확산

지난달 20일 열린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열린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위산업 분야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은 ‘방산 갑질’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수준까지 다다랐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1차 타깃으로 정해졌지만, 단순한 개별 사건 수사를 넘어 공정위가 방산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조사는, K-방산의 지속 성장을 위해 정부가 산업 생태계의 공정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 현장 조사 착수

공정위는 최근 경남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사천의 KAI 본사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두 기업은 최근 3년간 하도급 협력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납품대금을 지연·미지급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단가를 인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내부 전산자료와 계약서, 결제 내역 등을 확보해 구체적인 위법 정황을 파악 중이다. 특히 KAI의 경우 하도급법뿐 아니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는 차원을 넘어, 방위산업 전반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동안 방산 분야는 ‘국가 안보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외 공개가 제한되고, 거래 관계가 폐쇄적으로 운영돼왔다. 이로 인해 원청기업이 ‘비밀유지’를 명분으로 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가격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단가를 낮추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李대통령 “공정한 생태계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산 분야 조사 착수는 정부의 ‘방산 생태계 공정개혁’ 기조와 긴밀히 맞물려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방위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강력히 비판하고 제도 개선 의지를 천명하면서, 이번 조사가 단순 행정조치가 아닌 ‘대통령 주도 개혁’의 일환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열린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방산 분야에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기업들이 산업 생태계의 상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원가 후려치기나 기술 탈취 등 지위를 남용할 경우 치명적인 불이익을 부과하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인력과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방위산업을 단순한 제조·수출 산업이 아닌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방산 생태계의 건강성이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원청기업 중심의 불공정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협력업체의 기술 혁신과 투자 의지가 위축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번 방산 분야 조사를 “정부 차원의 시스템 개혁 출발점”으로 규정하며, 향후 공정위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방산 공정거래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위법 행위를 처벌하는 수준을 넘어, 대기업-중소 협력업체 간의 거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KAI. @연합뉴스 
KAI. @연합뉴스 

방산업계 전반 긴장감 고조

방산업계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 대형 방산업체 관계자는 “방산 수출 확대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기술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갑질 논란이 확대되면 산업 전체의 신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방산 수출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밀고 있는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정위 조사를 “산업 구조를 바로 세우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평가한다. 한국산업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방산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이기 때문에, 공정한 생태계 없이는 기술 자립도와 수출 경쟁력도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신뢰 회복이 이뤄질 때 비로소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방산 지속 성장을 위한 첫걸음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시정명령, 과징금,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또한 방산업계 전반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해, 불공정 행위 근절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정위의 칼날은 단순한 규제 차원으로 평가절하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그것은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려는 시도이며,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진 첫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없이는 K-방산의 글로벌 위상도, 산업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