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제기, 현실화 경우 한미동맹 재조정 신호탄…주한미군 철수론, 한국 핵무장론도 거론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방전략(NDS)에서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1950년 한국전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애치슨 라인’을 연상케 하는 움직임으로, 미국 내외에서 ‘신(新)애치슨 라인’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애치슨 라인과 트럼프의 방어선 구상
애치슨 라인은 1950년 1월, 당시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발표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이다. 이 방위선은 일본 본토에서 오키나와, 필리핀을 잇는 선으로, 한국과 대만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 발언은 북한의 남침에 결정적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이후 미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이 전략의 오류를 실감하게 됐다.
최근 일본의 유력 경제지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미-일-한 삼각 안보체제에서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고 일본만을 방위선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전략 수정이 아닌, 냉전 이후 지속돼온 동북아 안보 체계의 근본적인 재편 가능성을 시사한다.
JD 밴스 부통령 등 미국 내 대표적인 대외개입 신중론자들은 한국과 대만에 대한 방위 약속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자원을 보다 전략적으로 재배치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국방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차관은 “한국과 대만을 반드시 방어 대상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며 일본·괌·팔라우 등으로 재편된 제2도련선 중심의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 외신·전문가들 “한국, 더는 예외 아냐”
미 워싱턴의 안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제니퍼 캐버너 선임연구원은 “1950년 애치슨 라인 당시 한국이 제외되었듯, 트럼프 2기에서도 한국과 대만은 미국의 직접 방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과의 전면전 위험과 기술 변화에 따라, 미국은 중국 인근의 취약 거점보다 장거리 억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한국은 미국의 안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방위선에서 제외될 경우, 가장 먼저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한반도 자체다. 북한은 이를 ‘미군 개입 의지의 약화’로 해석해 군사적 모험을 시도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한국 내 핵무장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대만만 제외될 경우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커지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큰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균형 잡힌 해법은 일본, 한국, 대만을 모두 포함시키는 기존 방위선의 유지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이러한 전통적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과거 여러 차례 “한국은 부유한 나라며, 왜 우리가 그들을 대신 방어해야 하느냐”고 발언하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 트럼프의 벼랑끝 협상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트럼프판 애치슨 라인’, 이른바 ‘트럼프 라인’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닛케이는 “한국이 중국 견제에 소극적일 경우 미국이 한국을 방위선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변화를 단순한 레토릭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만, 트럼프의 방위 전략이 어디로 향할지는 트럼프 본인의 의중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발언과 정책 흐름을 볼 때, 한미동맹의 구조적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 “新애치슨 라인, 현실이 될 수도”
‘애치슨 라인’은 북한의 도발을 불러온 과거의 정책 실패로 기억되지만, 지금의 미국이 다시 그것을 떠올린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의 위기를 반영한다. 미국 내 보수 진영에서 확산되고 있는 ‘고립주의’와 ‘비용 대비 이익’ 중심의 전략 사고는 한국에게 전략적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그동안 누려온 ‘안보 무임승차’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의 선택이 실제로 새로운 ‘애치슨 라인’을 그어낸다면, 그것은 단지 군사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 안보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대전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