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본토와 서반구에 집중 美 신국방전략, 중·러 견제는 포기했나

미국, 본토와 서반구 방위에 집중하며 국경·마약 대응 강화…중·러 견제 포기 아닌 ‘우회 전략’ 주장에도 우려 증폭

미 펜타곤. @연합뉴스
미 펜타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국방전략(NDS)은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본토와 서반구 방위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불법 이민, 마약 밀매, 인신매매 등 ‘침투형 위협’을 막기 위해 국경 봉쇄를 군사적 차원에서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공화당 지지층이 요구해온 경제·이민 문제와 직결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약속 이행으로도 해석되지만, 일각에선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자연스럽게 ‘중국과 러시아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란 의문을 낳는다. 그동안 미 국방부의 핵심은 ‘중국·러시아 견제’였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러와의 전략적 경쟁’을 국방정책의 최우선에 두었다. 하지만 이번 전략은 본토 중심·서반구 우선이라는 색채가 강해, 미군의 전력 분산을 줄이고 국경 수호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제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포기한 것일까.

“중국 견제 여전히 핵심”…라틴아메리카로 무대 이동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중국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 태평양과 인도양에서의 직접적 맞대결 대신, 라틴아메리카라는 ‘미국의 뒷마당’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파나마운하, 항만 운영권, 마약 카르텔과의 연계 등 중국의 경제·안보 활동이 확대되는 만큼, 이를 억제하는 것이 서반구 전략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와 이란도 방치하지 않는다

미 국방 전문가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이란 역시 활동을 넓혀왔다고 지적한다. 과거 미국이 중남미에 소극적이었던 틈을 타 이들 국가가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키운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전략은 단순히 국경 방위가 아니라, 서반구 전체에서의 지정학적 우위를 되찾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계는 뚜렷하다

문제는 자원이다. 미국은 이미 태평양, 유럽, 중동에서 광범위한 군사적 약속을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틴아메리카에 더 많은 군사력을 투입하면, 결국 대비태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문가는 “추가 임무를 맡으면서도 국방예산을 늘리지 않으면 준비태세가 무너진다. 과거에도 똑같은 실수를 했었다”고 경고했다.

주한미군. @연합뉴스
주한미군. @연합뉴스

군사력만으로는 부족, 경제·외교 결합 필요

전문가들은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한다. 미국이 단순히 군사적 대응만 한다면, 중국의 경제적 투자와 외교적 공세에 밀려 라틴아메리카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국방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경제적 지원과 외교적 파트너십을 결합해야 진정한 대중 견제가 가능하다는 비판이다.

견제 포기가 아닌 ‘우회 전략’

정리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방전략은 중국·러시아 견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전통적 무대였던 아시아·유럽에서의 대결보다, 미국의 국익이 밀접한 본토와 서반구를 중심으로 ‘우회적 견제’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임무 확대와 군사 중심 접근이 자칫 자원 고갈과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미국 안보정책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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