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잇딴 위협에 따른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투자 러시…유럽, "다시 무장한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역에서 안보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드론을 비롯해 전투기 영공침범 등 러시아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유럽 대륙은 수십 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군사적 불안을 마주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방위산업 투자와 군비 확충 움직임이 전례 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 방산 스타트업 투자, 4년 만에 47배 폭증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유럽 방산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은 14억 유로(약 2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의 3000만 유로(약 494억 원)와 비교해 무려 47배 급증한 규모이며, 2021년 투자액 1억5000만 유로(약 2471억 원)의 약 9배에 해당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누적된 투자액을 보면 총 24억 유로(약 4조 원)에 이른다. 이는 유럽 내 방위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폴란드의 벤처캐피털 ‘익스페디션스’는 올해 말까지 1억5000만 유로 규모의 2차 펀드 조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는 1차 펀드(1500만 유로)의 10배 규모로, 방산 스타트업을 향한 자본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준다. 공동창립자 미코와이 피를레이는 FT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지금, 유럽은 더 이상 옆에서 지켜볼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더욱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J. D. 밴스 미 부통령이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한 것도 ‘투자의 방아쇠’를 당긴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 국방예산 대폭 증액…군사력 확충 경쟁 본격화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EU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은 30% 이상 급증했으며, 대부분의 국가가 병력 증강과 장비 현대화 계획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폴란드는 현재 약 20만 명 수준인 군 병력을 2035년까지 30만 명으로 1.5배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 역시 분데스베어 병력을 약 18만 명에서 2031년까지 20만3000 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군사력 증강 계획은 유럽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전차·전투기·포병 체계의 대규모 현대화 프로젝트도 병행되고 있다.
◇ “군대 숫자만 늘려선 안 돼”…인력 확보가 최대 과제
그러나 전문가들은 “돈과 장비만으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지적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유럽(영국 포함)의 현역 병력은 약 150만 명으로, 냉전 종식 이후 300만 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원·훈련 등 비전투 직군에 종사하고 있어 실제로 즉시 투입 가능한 병력은 제한적이다.
나토의 최소 역량 기준(MCR)에 따르면, 유럽이 영토 방어를 위해서는 추가로 49개 여단, 약 30만 명의 병력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원국은 심각한 인력 확보 및 유지 문제를 겪고 있다. 유럽의회도 2024년 보고서에서 “유럽 각국의 군대가 심각한 수준의 모집·유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즉각적인 정책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신규 병력을 모집하는 것보다 현재 병력을 유지하는 ‘리텐션(유지)’ 전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숙련된 병사가 대거 이탈하면 신규 모집의 효과도 반감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는 자원입대 외에도 선택적 징병제 도입을 검토하며 병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유럽, 스스로의 안보 책임져야”
러시아의 침공은 유럽이 지난 수십 년간 잊고 있던 현실을 일깨웠다. 안보를 외부에 의존할 수 없다는 교훈은 군비 확충과 산업 투자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유럽 대륙은 다시금 ‘전쟁에 대비한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방위산업과 군사력이 양적으로 성장하더라도 인력 확보와 병력 유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겉만 강한 군대(hollow force)’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이 진정한 안보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와 더불어 병력 구조 개혁, 인재 확보 전략까지 포함한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의 위협은 유럽을 다시 무장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이 진정한 안보를 보장할지는 앞으로의 선택과 실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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