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러시아는 왜 발트3국 놔두고 1600km 떨어진 덴마크를 노렸나

덴마크 공항 상공 잇단 드론 출몰…러시아측의 계산된 ‘하이브리드 공격’ 의혹

지난 22일(현지시간) 정체불명 드론 출몰로 폐쇄된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 주변 모습. @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정체불명 드론 출몰로 폐쇄된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 주변 모습.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덴마크가 지난주 잇따른 미확인 드론 출몰 사태로 공포에 떨었다. 수도 코펜하겐 국제공항이 드론 침입으로 무려 4시간 동안 폐쇄된 데 이어, 알보르, 에스비에르, 쇤데르보르, 스크뤼드스트룹 등 최소 다섯 곳의 공항 인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됐다. 덴마크 정부는 이를 단순 해프닝이 아닌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규정하며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트룰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영국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단순한 우연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성격을 가진 공격, 곧 하이브리드 위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시기 스웨덴 남동부 칼스크로나 군도 상공과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서도 정체불명의 드론이 발견됐다. 북유럽 주요 공항과 항만, 군사시설을 동시에 겨냥한 듯한 양상이다.

러시아와 덴마크의 불편한 과거

지리적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덴마크는 오래전부터 러시아와 민감한 갈등 축에 서왔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키어 자일스는 “덴마크는 예전부터 러시아의 핵 위협 발언 대상국 중 하나였다”고 지적한다. 덴마크가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 도입을 추진하자 모스크바는 강하게 반발했고, 주덴마크 러시아 대사 블라디미르 바르빈은 이를 “순수한 광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덴마크가 핵 보유국을 직접 위협하는 상황을 자초했다”며 사실상 핵 보복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내놨다.

지난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 도입을 공식화하며 “러시아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할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바로 러시아의 격렬한 반응을 불러왔고, 이후 며칠 사이 덴마크 전역 공항에서 미확인 드론이 출몰했다.

가까운 발트3국 대신 멀리 떨어진 덴마크를 겨냥

러시아가 굳이 가까운 폴란드나 발트3국 대신 1600km나 떨어진 덴마크를 겨냥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정치·외교적 메시지다. 덴마크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서 가장 강경한 서방 국가 중 하나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게 군사지원 확대를 촉구해왔다. 차탐하우스 국제안보 프로그램의 카챠 베고 연구원은 “덴마크는 유럽 내에서도 러시아를 가장 적극적으로 견제한 나라 중 하나”라며 “이번 드론 사태는 그러한 도전적 태도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둘째, 사회 내부 분열 조성이다. 덴마크는 여론의 대다수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공항 마비, 교통 차질, 안보 불안이 반복되면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고, 결국 정부의 대러 강경 노선을 흔들 수 있다. 베고 연구원은 “저가 드론으로 고가의 방공 자원을 소모시키고, 동시에 공포와 불신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전형적인 러시아식 ‘분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나토 대응 시험이다. 러시아는 드론을 통한 저강도 도발로 서방의 반응을 정밀 관찰한다. 실제 군사 개입이 아니더라도 “나토가 어디까지 대응하는지, 어떤 수단을 동원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일스는 “설령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 무관하더라도, 모스크바는 서방의 대응 태도를 분석하는 데서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론 출몰로 일시 폐쇄조치된 덴마크 올보르 공항 입구. @연합뉴스
드론 출몰로 일시 폐쇄조치된 덴마크 올보르 공항 입구. @연합뉴스

‘갈수록 일상이 되는 위협’

문제는 이러한 위협이 앞으로 ‘새로운 일상(뉴 노멀)’이 될 가능성이다. 러시아는 드론 같은 저비용 수단으로 서방의 고비용 대응을 유도하며, 결국 나토의 피로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자일스는 “러시아는 갈등 상태를 서서히 일상화해 국제사회가 무감각해지기를 바란다”며 “이런 작전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가 그저 배경 소음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덴마크는 나토 최전선에 있지 않지만, 발트해와 북극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 또한 유럽 내에서 러시아를 강력히 비판해온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 러시아가 덴마크를 겨냥한 것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나토 전체를 향한 ‘시험대’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따라서 덴마크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안보 위협이 아니라 유럽 전체 안보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면, 나토 차원의 공동 대응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동시에 러시아가 노리는 ‘과잉 반응의 덫’에 빠지지 않는 신중함도 요구된다고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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