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도발 수위 높이는 러시아, EU 겨냥 제2의 전쟁 계획 있나

전면전 가능성 낮으나, 나토의 결속력 시험과 미국의 대응 의지 약화를 활용한 틈새 도발은 계속될 듯

러시아의 잇딴 도발에 맞서 나토는 발트해에 덴마크 해군 소속 호위함을 긴급 투입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잇딴 도발에 맞서 나토는 발트해에 덴마크 해군 소속 호위함을 긴급 투입했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최근 몇 주간 러시아의 일련의 도발 행위—폴란드와 루마니아 영공 침범, 에스토니아 영공 진입, 독일 해군 함정 접근, 몰도바 선거 개입 등—은 유럽 각국의 경계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발적 행위라기보다, 러시아가 유럽의 대응 태세와 내부 분열을 시험하며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내 전면전으로의 확산을 예고하는 신호탄일까.

전문가들 "탐색적 도발 단계, 본격적인 전쟁 준비는 아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최근 행동이 “탐색적 도발”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적·심리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의 결속력, 각국의 대응 수위를 가늠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에스토니아 영공을 12분간 침범한 러시아 전투기들은 무장을 하긴 했으나 폭탄이 아닌 공대공 미사일만 탑재하고 있었고, 이탈리아 F-35 전투기의 호위를 받고 국제 공역으로 철수했다. 이는 의도적으로 군사 충돌을 피하면서도 도발을 감행하는, ‘선 넘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의 말처럼 “신중함은 비겁이 아니라 책임감”이라는 논조는, 나토 내부에서도 군사적 응전보다는 정치적 통제와 외교적 조율을 우선시하려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로 미루어볼 때 러시아는 지금 당장 나토와의 전면전을 유발할 의도는 없으나, 불확실성과 긴장감을 활용해 유럽 내부의 분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 실험장된 몰도바

몰도바는 현재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 전략이 집중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장 뜨거운 국가다.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EU 가입 추진과 러시아의 영향력 배제를 목표로 개혁을 강행 중이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는 대규모 정보전, 여론 조작, 정치 자금 투입 등을 통해 몰도바 내 친러 세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몰도바 정부는 러시아가 1억 유로 규모의 정치 공작 자금을 투입하고, 러시아에 도피 중인 범죄자 일란 쇼르를 통해 반정부 세력을 조직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직접적인 군사 침공보다는 정치적 혼란 유발과 친러 정권 수립을 통한 영향력 회복을 노리는 전형적인 ‘간접 개입 전략’이다.

만약 몰도바에서 친러 세력이 득세한다면, 이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을 향한 러시아의 전략적 통로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산두 대통령은 이를 두고 “몰도바의 독립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북유럽까지 번진 불안감, 무인기 공세와 공항 폐쇄

러시아의 도발은 발트 3국과 동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공항이 정체불명의 드론으로 인해 폐쇄되었고, 덴마크 총리는 “러시아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러시아는 이를 일축했지만, 유사한 무인기 도발이 반복되며 북유럽 국가들까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군사적 위협보다는 정보 수집, 경계 반응 관찰, 심리전 목적의 가능성이 크며, 러시아가 전 유럽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도발 수단을 실험 중임을 보여준다.

주말에 이틀 연속 러시아 드론이 목격된 덴마크 군 기지. @연합뉴스
주말에 이틀 연속 러시아 드론이 목격된 덴마크 군 기지. @연합뉴스

미국의 역할 축소에 대한 유럽의 우려

유럽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는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보여주고 있는 나토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독자적인 방위 전략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든다. 트럼프는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나토 동맹국이 그런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이 반드시 지원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발언했다. 이는 유럽의 대러 대응 의지에 혼선을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면전 가능성은 낮지만, 긴장 고조는 계속될 것

현재로선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나토 국가를 침공하거나 전면전을 도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전술, 드론 활동, 정보전, 정치적 개입 등을 통해 유럽 내 불안정을 확대하고, 나토의 응집력을 시험하려는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이러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경계 태세 강화와 동시에, 정보 보안, 사이버 방어, 정치적 단결을 통한 종합적 대응이 요구된다. 몰도바의 선거는 향후 유럽 안보의 분수령이 될 수 있으며, 러시아의 영향력이 다시 확대될지, 유럽의 결속이 이를 저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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