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폴란드 이어 루마니아, 푸틴의 ‘드론 도발’이 노리는 것은

드론 침범 반복, 단순 실수가 아닌 전략적 계산
나토 균열 노리고, 전쟁에 지친 러시아 내부 결속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러시아 드론(무인항공기)이 잇따라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영공을 침범하며 동유럽 전선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드론이 13일(현지시각) 루마니아 영공을 넘어오자 루마니아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 사흘 전에는 폴란드 영공이 직접 침범당했고, 폴란드군은 실제로 드론을 격추했다. 나토 전투기가 회원국 영공에서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한 첫 사례였다. 단순한 우발적 사건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빈번하고, 그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토를 자극하는 것일까.

나토의 ‘신경줄’을 건드리는 전략

군사 전문가들은 푸틴이 드론 침범을 통해 나토의 반응 속도와 대응 수위를 시험하고 있다고 본다. 나토의 집단방위 조약(북대서양조약 제5조)은 회원국 한 곳이 공격당하면 모든 회원국이 대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를 ‘공격’으로 규정할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드론 한 대의 영공 침범이 제5조 발동을 촉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경계선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푸틴 입장에서는 나토의 내부 결속과 위기 관리 능력을 계속 건드려 보는 것이 전략적 이익이 될 수 있다.

루마니아와 폴란드는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국가들이다. 이들의 영공이 반복적으로 침범당하는 것은 단순한 항로 오류가 아니라, “나토도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즉, 푸틴은 서방의 군사적 개입 의지를 억제하고, 동시에 나토 내부의 경계심과 불안을 증폭시키려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러시아식 전형적인 회색지대 전술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가 공식적으로는 드론 침범을 부인하거나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린다는 점이다. 이는 러시아가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시사한다. 즉, 나토를 직접 공격할 생각은 없지만, 경계선 근처에서 의도적으로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이런 전술은 과거 냉전 시기 소련이 자주 사용하던 ‘회색지대 전술’과 닮아 있다.

푸틴은 나토를 자극하면서도 ‘의도된 사고’가 아님을 강조함으로써 본격적인 확전은 피하려 한다. 일종의 ‘위험한 줄타기’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서방을 압박하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나토가 언제, 어디까지 대응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푸틴에게는 유리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피로감에 지친 국내 정치도 겨냥

푸틴의 속셈에는 러시아 내부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 사회에도 전쟁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이때 나토와의 ‘충돌 직전 상황’을 연출하면, 국내 여론을 다시 결집시킬 수 있다. “우리는 단지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나토 전체와 싸우고 있다”는 서사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을 국가적 생존 문제로 재규정하고,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는 효과를 낸다. 또한 나토의 위협을 부각시킴으로써 군비 확대와 장기전 준비에 대한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러시아가 드론을 활용해 나토 회원국 국경을 침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가 드론을 활용해 나토 회원국 국경을 침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나토의 단결 시험대

이번 사태는 나토에도 시험대가 되고 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동부 최전선 국가지만,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국은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꺼려 왔다. 실제로 나토 내부에서는 “드론 침범을 우발적 사건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러시아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푸틴은 바로 이 균열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토가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리면 집단적 대응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푸틴은 작은 도발을 통해 큰 틈을 벌리려는 것이다. 드론 침범이 잦아질수록, 나토 회원국 간의 신뢰와 단결은 더 큰 시험에 직면할 공산이 높아 보인다.

푸틴의 속셈은 ‘시간 벌기와 균열 만들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전략적 우위를 확실히 확보하지 못한 채 장기전에 들어섰다. 이 상황에서 푸틴은 나토를 정면으로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확전은 피하는 ‘이중 게임’을 하고 있다. 드론 침범은 그 전형적인 수단이다.

즉, 푸틴의 속셈은 △나토의 대응 수위를 시험하고 △서방 내부의 균열을 키우며 △국내 여론을 결집시키고 △전쟁 장기화를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궁극적으로 미국과 나토가 단합된 메시지와 실제 행동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푸틴은 앞으로도 이런 ‘저강도 도발’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국경 밖으로 파급되고 있으며, 푸틴은 그 불확실성을 무기 삼아 협상력과 정치적 생존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