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겨냥 EU ‘드론 월’, 센서망과 전파 교란 장치, 요격 무기 총출동

우크라이나 기술 협력 가능성 열어, 유럽 안보 새로운 전환점 기대

EU 회원국 깃발. @연합뉴스
EU 회원국 깃발.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유럽연합(EU)이 ‘드론 방벽(drone wall)’ 구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무인기(UAV)가 폴란드와 루마니아 영공을 잇달아 침범해 민가를 파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유럽 안보의 가장 취약한 고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총성이 울리진 않았지만, 이는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전체가 무인기 위협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계획을 주도하는 인물은 리투아니아 출신 안드류스 쿠빌리우스 EU 국방 담당 집행위원이다. 그는 “매우 위험한 공백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메워야 한다”며 각국 장관들을 설득하고 있다. 쿠빌리우스는 이미 EU 지도부가 소극적일 때부터 드론 방벽 필요성을 주장해온 강력한 옹호자다.

드론 방벽 구상은 2023년 5월 리투아니아 내무장관 아그네 빌로타이테가 처음 제안했다. 이는 발트 3국과 폴란드 등 NATO 동부 전선 국가들이 오랫동안 직면해온 지정학적 불안을 반영한다. 실제로 2024년 5월에는 발트 3국,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가 협력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공동 제안은 EU 재정 지원에서 탈락했다. 유럽 내에서는 ‘과도한 경계’라는 시각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월 10일 밤, 러시아 드론 20여 대가 폴란드 영공을 대규모로 침범한 사건은 상황을 바꿔놓았다. 같은 날 연두연설에 나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개 회원국 영공을 지키는 드론 방벽 구축을 공식 천명했다. 유럽 안보 담론에서 무인기는 더 이상 부차적 위협이 아니라 ‘핵심 대응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드론 방벽의 형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센서망과 전파 교란 장치, 요격 무기 등을 통합한 다층 방어체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빌리우스는 “빠르면 1년 안에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으나, 기술적·재정적 난관을 고려하면 정확한 일정은 불투명하다.

최근 루마니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게란-2 드론. 게란 드론은 러시아가 이란 샤헤드-136 드론을 들여와 개량한 기종으로 자폭형이다. @연합뉴스
최근 루마니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게란-2 드론. 게란 드론은 러시아가 이란 샤헤드-136 드론을 들여와 개량한 기종으로 자폭형이다. @연합뉴스

특히 주목할 점은 우크라이나의 참여 가능성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실전 경험이 풍부한 드론 운용국이 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미 60억 유로 규모의 우크라이나-EU 드론 파트너십을 발표했으며, 쿠빌리우스 역시 “우크라이나는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군사 기술 협력을 넘어, 유럽이 집단적으로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쟁(hybrid warfare)’에 대응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폴란드, 루마니아 등지에서도 드론을 통해 영공을 위협해왔다. 유럽 국경의 방어선은 단순한 철조망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전과 무인기 대응 체계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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