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차례나 폴란드 영공 침범한 러시아 드론, 유럽 전역 확전 공포

벨라루스 통한 드론 공격에 나토 전투기 첫 요격 대응
유럽 안보 질서 흔드는 의도된 도발, 푸틴 노림수 촉각

러시아의 드론 공격 직후 폴란드 군 수뇌부가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드론 공격 직후 폴란드 군 수뇌부가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러시아산 드론이 대거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면서 유럽 안보 지형에 거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군사적 실수라기보다 의도된 도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전투기가 실제로 동맹국 영공에서 러시아 위협을 요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만든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드론의 의도된 경로=폴란드 정부는 현지시간 10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약 7시간 동안 19차례 드론 영공 침범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드론은 수백 킬로미터 안쪽까지 침투했으며, 민간 가옥 피해까지 발생했다. 특히 이번에는 기존과 달리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이 아니라 벨라루스를 경유한 드론이 대거 확인되면서 긴장감이 증폭됐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준비 중이었기에, 단순한 항법 오류나 ‘코스 이탈’ 설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나토 측 주장이다.

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는 “이번 드론의 궤적은 명백히 의도된 것”이라며 러시아가 나토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는 곧 전쟁 무대를 우크라이나 영토에만 국한하지 않고 서방을 직접 압박하려는 전략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확전과 전면전 그림자에 놀란 유럽=유럽 국가들은 이번 사건을 ‘게임 체인저’라 부르고 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EU 외교정책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며 추가 제재와 군사적 억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단순히 외교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럽은 이미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하이브리드 전술, 핵 위협 발언 등을 경험해왔지만, 동맹 영토에 대한 물리적 무력 침범은 훨씬 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드론이 추락한 폴란드의 한 마을에서 소방관들이 잔해를 수습하는 것을 군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드론이 추락한 폴란드의 한 마을에서 소방관들이 잔해를 수습하는 것을 군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 전투기들이 이륙해 폴란드 상공에서 러시아 드론을 격추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이는 나토가 집단방위 체제 안에서 실제로 군사적 행동을 취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유럽 시민들에게는 전쟁이 국경 너머 일이 아니라 “우리 하늘 위의 현실”임을 각인시켰다.

나토 흔들려는 푸틴의 노림수=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이번 사태를 “러시아의 다층적 압박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러시아가 나토를 흔들어 내부 균열을 노린다는 것이다. 제인스는 특히 “벨라루스를 경유한 드론 침투는 모스크바가 ‘제3 전선’을 은밀히 열어 동맹의 결속을 시험하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포린 폴리시 역시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나토의 억제력이 실제 시험대에 오른 첫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잡지는 “만약 나토가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면, 러시아는 다음 단계에서 더 대담한 군사행동으로 나아갔을 것”이라며, 이번 즉각적 요격과 동맹의 단합이 그나마 확전 가능성을 막았다고 분석했다.

나토와 유럽의 대응 시나리오=벨라루스는 ‘드론이 전자전으로 인해 항로를 이탈했다’고 주장하며 거리를 두려 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벨라루스 영토가 러시아의 무력 시위 무대로 활용되는 현실에 주목한다. 이는 유럽이 직면한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만약 벨라루스군이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는 곧바로 나토-러시아 간의 전면 충돌 위험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나토의 제4조 협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공중방위망 강화를 위한 추가 미군 및 서방 전력 배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서부에 비공식 ‘안전구역’을 설정해 나토가 직접 방공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는 곧 전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조치이기에, 유럽 내부에서도 신중론과 강경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현황.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현황. @연합뉴스

시험대에 오른 나토=러시아의 드론 도발은 단순한 전술적 움직임을 넘어, 서방의 인내심과 집단방위 의지를 측정하는 전략적 실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경 밖 분쟁’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나토가 얼마나 단호하게, 또 치밀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전쟁의 확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유럽인들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전쟁은 끝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국면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토의 억제력과 유럽의 단합이 그 시험대 위에 올려진 셈이 됐다.

■폴란드와 발트 3국이 협의를 요청한 나토 제4조란?

나토 제4조는 “당사국 중 어느 하나라도 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당사국들은 함께 협의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제4조는 집단 방위를 규정한 제5조(“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모든 나라에 대한 공격”)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절차다.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을 의무화하지 않지만, 회원국 중 하나가 위협을 느낄 경우, 나토 전체가 모여 위기 상황을 논의하고 대응책을 조율하는 조항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3년 트루키에가 이라크 전쟁 당시 안보 위협을 이유로 제4조를 발동해 방공 지원을 받았으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직후 동유럽 국가들이 제4조를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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