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크라이나 광물 협정·공군기지 주둔안 제시
유럽 “불안한 안보 방안” 반발
푸틴 동유럽 지배자 귀환
[뉴스임팩트=박종국 기자]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전략이 향후 유럽 안보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서두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알래스카로 초청해 종전 협상을 벌였다. 그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22와 폭격기를 알래스카 공군기지에 배치하며 푸틴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려 했으나, 협상은 푸틴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푸틴 전략에 말려든 트럼프
결국 협상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지역 외에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주 일부를 추가로 러시아에 넘기는 방향으로 타결됐다. 전쟁 피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이해 당사국인 유럽 국가들은 협상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미국과 러시아 간 일방적인 종전 합의가 성립된 셈이다.
트럼프는 이후 백악관에서 나토(NATO) 회원국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 유럽 연합국이 공동으로 1만~2만 명 규모의 공군기지를 우크라이나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안보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동유럽 지배자 복귀
하지만 유럽 주요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독일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안을 비판했다.
트럼프의 계획은 미국 내에서도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유럽 담당 수석을 지낸 마이클 카펜터는 “미국과 EU가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내 공군기지 건설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푸틴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우크라이나 광물협정 안보 보장 못해
카펜터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동유럽의 지배자로 복귀했음을 알리는 상징”이라며 “그는 장기전을 불사하면서 소련 시절의 영향력을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자원 협정을 근거로 “러시아가 미국 기업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미국 기업을 미사일로 공격한 데 대해 미국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카펜터는 “핵심 광물 협정이 안보 보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환상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제2의 부다페스트 우크라이나 종전
1994년 우크라이나는 자국 내 소련 배치 핵무기를 반환하는 조건으로 미국, 러시아, 영국 등과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하고 안보 보장을 약속받았지만, 해당 각서는 구속력이 없어 크림반도 합병과 현재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실질적인 안보 보장 없이 진행되는 트럼프의 땜질식 종전 전략은 ‘제2의 부다페스트 각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