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의 협상력 극대화를 위한 ‘전장 외교’…전선 확대를 통한 심리전과 협상 테이블 선점 전략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다페스트 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다시 한층 강화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하르키우주(州) 추후이우 등 동부 지역에서 대규모 공습이 이어졌고, 러시아 국방부는 “하루 만에 15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는 전쟁의 격화지만, 그 이면에는 푸틴의 철저한 ‘협상용 계산’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 부다페스트 회담 전 ‘전장 우위’ 확보 전략
푸틴이 공격 수위를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협상력 극대화에 있다. 부다페스트 회담은 미국의 새 외교 기조를 시험하는 중대 분수령이다. 트럼프가 올해 여름 알래스카 회담에서 종전 합의에 실패한 이후, 러시아는 “무력으로 다시 테이블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트럼프에게 ‘전장 현실’을 인정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선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보일수록, 협상에서 서방의 양보를 끌어낼 가능성이 커진다. 즉, 폭격은 협상의 연장선인 셈이다.
▌ 트럼프의 ‘전쟁 중단’ 메시지에 대한 대응
트럼프는 젤렌스키와의 정상회담 직후 “지금 위치에서 전쟁을 멈추고, 양측 모두 승리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푸틴에게 불리한 메시지로 읽힌다.
‘현재 위치’란, 전선이 교착된 상태에서 러시아가 완전한 점령을 이루지 못한 지역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푸틴은 공습을 확대함으로써 “현 위치가 아니라 더 깊숙한 점령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듯한 인상이다. 전쟁의 주도권을 쥔 채 회담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곧 트럼프가 주장하는 ‘즉각적 휴전안’을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 미국의 정보공유 확대에 대한 ‘선제적 경고’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공유 범위를 러시아 본토 표적까지 확대했다. 이 와중에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문제도 테이블에 올려진 상태다. 이는 러시아로서는 중대한 도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에너지 시설, 정유공장, 드론 조립기지 등 러시아의 전략적 기반이 우크라이나의 타깃이 되면서, 푸틴은 이에 대한 ‘보복적 메시지’를 전선에서 직접 보내고 있다.
하르키우와 드니프로, 미콜라이우 등 주요 도시에 대한 연쇄 폭격은 “우리가 여전히 공격 능력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지원으로도 전세는 바뀌지 않는다”는 신호이자, 협상에서의 압박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 내정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한 ‘외부 긴장 조성’
푸틴은 최근 내부적으로도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러시아군 내 부패 스캔들, 국방부 고위 간부 해임, 징집 거부 시위 등은 정권 기반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의 긴장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전형적인 전시 전략이다. “외부의 위협”을 강조함으로써 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반푸틴 정서를 억누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부다페스트 회담은 성과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외교 무대’이자 동시에 푸틴의 국내 정치적 무대이기도 하다. 전선의 불길은 외교 테이블에서의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란 계산이 푸틴의 머릿속에 그려진 듯 하다.
▌ ‘힘의 균형’을 무너뜨려 얻는 협상 주도권
푸틴은 트럼프가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조건부 휴전안’을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양측 모두 승리를 선언하라”고 한 발언은, 미국이 전면적 개입을 중단하고 유럽 동맹국들에게 책임을 넘기겠다는 의도를 반영한다.
푸틴 입장에서는 이 시점이야말로 서방의 피로감을 활용해 ‘강자 프레임’을 완성할 최적의 타이밍이다.
공세 강화는 단순한 군사행동이 아니라, “서방의 지친 여론”과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 사이를 파고드는 전략적 심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 전쟁은 계속되지만, 목적은 외교에 있다
푸틴이 부다페스트 회담을 앞두고 공격을 강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협상 테이블에서 ‘양보받는 자’가 아닌 ‘양보를 요구하는 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그의 목표는 전면전 확대가 아니라, 전장과 외교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장 외교(War Diplomacy)’를 완성하는 것이다.
결국, 푸틴의 폭격은 전쟁의 마지막 불꽃이 아니라, 다음 협상의 불씨를 계속해서 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먼저 폭격으로 말하고, 나중에 회담에서 계산한다는 식이다. 부다페스트는 그 ‘전장 외교’의 무대가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