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군사압박에도 꿈쩍 않는 중·러…트럼프의 힘이 통하지 않는 이유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유의 ‘거래의 정치’ (Deal Politics)로 동맹을 압박하고, 적국을 제재하며, 무역과 외교를 ‘비즈니스 전쟁터’로 바꿔놓고 있다. 그러나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과 핵강국 러시아 앞에서는 트럼프의 압박전술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다.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트럼프보다 더 단단한 두 스트롱맨, 시진핑과 푸틴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 관세폭탄에도 끄떡없는 중국
트럼프 행정부는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국을 겨냥한 무역전쟁을 본격화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그 핵심 무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1차 관세 부과(2018~2019년)에 이어 ‘2차 관세폭탄’을 다시 터뜨리며 중국의 수출 기반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다. 중국 경제는 성장률이 둔화되었지만, 붕괴는커녕 ‘내수 확대’와 ‘공급망 자립’을 통해 오히려 체질 개선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미국산 반도체와 첨단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는 ‘국산화 2025’ 전략을 가속화했고, 화웨이·SMIC 같은 기업이 이를 상징한다.
특히, 희토류·배터리·태양광 등 미래산업 핵심 소재에서 중국은 여전히 절대적인 공급망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잠시 흔든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과 동남아, 중동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으며 빠르게 회복했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경제학자 천하오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는 중국의 수출 구조를 바꾸긴 했지만, 중국 경제를 무너뜨리진 못했다”며 “중국은 수출국에서 공급망 통제국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 푸틴의 ‘버티기 전략’에도 속수무책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오랜 기간 ‘거래 가능한 상대’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재집권 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푸틴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군수산업을 통해 ‘전쟁경제’를 완성시켰다. 원유를 인도·중국에 우회 수출하고, 군수품을 이란과 북한으로부터 조달하며, 서방의 봉쇄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제재 직후 폭락했지만 이후 안정세를 회복했고, 국내 여론도 ‘애국주의 결집’으로 버티고 있다.
트럼프가 기대했던 ‘푸틴의 협상 테이블 복귀’는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를 ‘사실상 병합’한 상태로 버티며, 서방의 피로감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들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통해 확전을 노리는 듯한 양상마저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의 전형적인 압박 외교는 푸틴에게 통하지 않는다”며 “푸틴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스트롱맨의 법칙’—힘에는 힘으로 맞선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단순하다. ‘힘에는 힘으로’, ‘거래에는 대가로’ 응수한다. 하지만 시진핑과 푸틴은 바로 그 논리를 역으로 이용한다. 두 사람 모두 장기집권 체제를 공고히 하며, 외부 압박을 ‘내부 결속’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시진핑은 ‘공동부유’와 ‘중국몽(中國夢)’을 앞세워 경제 둔화를 ‘이념 강화’로 덮고, 푸틴은 전쟁을 ‘조국수호’의 명분으로 정당화한다. 두 지도자 모두 ‘서방의 공격에 맞서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통해 국민의 충성심을 재확인하는 셈이다.
트럼프의 전략은 민주국가 내에서는 통할 수 있지만,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압박이 강할수록 시진핑과 푸틴은 더욱 결속하고, 국민들은 외부의 적에 맞서 자국 지도자 뒤에 뭉치는 속성을 보이고 있다.
▌ 세계는 ‘강대국의 힘 대결’ 속 불안한 균형
지금의 세계질서는 세 명의 스트롱맨—트럼프, 시진핑, 푸틴—이 만든 삼각 균형 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는 ‘경제 패권’을, 시진핑은 ‘산업 공급망’을, 푸틴은 ‘에너지와 군사력’을 무기로 삼는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 질서를 흔들지만, 어느 누구도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는 미국의 관세 강화, 중국의 수출 통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맞물리며 구조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은 세 스트롱맨의 정책 변화 한마디에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요동친다.
▌ “힘의 정치 시대, 협상은 사라졌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현재의 세계를 ‘협상의 실종기’로 정의한다. 트럼프의 압박, 시진핑의 통제, 푸틴의 버티기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대에는 상호 양보가 사라지고, 오직 ‘국익의 극대화’만 남는다.
트럼프는 관세를, 시진핑은 자원을, 푸틴은 전쟁을 무기로 삼는다. 이 셋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힘을 통한 정치’를 공유한다. 문제는 그들의 경쟁이 끝없는 불확실성과 분열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세계를 ‘거래의 장’으로 본다. 하지만 시진핑과 푸틴은 세계를 ‘전략의 장’으로 본다. 이 차이가 바로 트럼프의 한계이자, 그가 두 스트롱맨 앞에서 백약이 무효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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