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논단] 중국이 시작하자, 미국도 따라하는 ‘애국마케팅 열풍’ 韓日 움직임은

중국의 ‘애국경제’가 미국 월가까지 번졌다…JP 모건 최대 1조달러 미국 전략산업 투자

미국 전략산업에 1조달러 투자를 결정한 JP모건. @연합뉴스
미국 전략산업에 1조달러 투자를 결정한 JP모건.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미국 내 전략산업에 향후 10년간 최대 1조 달러(약 1420조 원)를 지원하고, 그중 10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위산업, 에너지, 제조업,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등 ‘국가 안보와 경제 회복력’의 핵심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금융 프로젝트를 넘어 미국식 ‘애국마케팅(Patriotic Marketing)’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가 아닌 100% 상업적 결정”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점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공급망 자립’ 및 ‘국가산업 강화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의약품, 희토류 등 전략물자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일련의 행정명령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애국경제’ 모델, 미국으로 번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이 사실상 ‘중국발(發) 애국경제’의 거울상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2010년대 후반부터 ‘국산품 애용’과 ‘자국 기술 자립’을 내세운 대규모 내수 중심 산업 캠페인을 펼쳐왔다. 화웨이, 중싱(ZTE), CATL, 비야디(BYD) 등 기업들은 자국민의 애국심을 마케팅의 중심축으로 삼으며 ‘국가 경쟁력’과 ‘소비자 자부심’을 동시에 자극했다.

‘미국의 기술봉쇄’가 강화될수록 중국 내에서는 “중국인의 제품을 중국인이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이는 곧 ‘애국소비’로 이어졌다. 실제로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70 시리즈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산 반도체 탑재’라는 상징성으로 출시 직후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이러한 ‘애국경제’는 이제 미국에서도 형태를 달리해 나타나고 있다. JP모건의 이번 ‘보안·회복력 이니셔티브’는 민간 자본이 정부의 전략 목표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다이먼 CEO가 “국가가 아닌 기업이 앞장서는 상업적 애국주의”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의 공청당원들이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애국주의 고취에 힘써왔다. @연합뉴스
중국의 공청당원들이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애국주의 고취에 힘써왔다. @연합뉴스

금융이 앞장선 ‘월가의 산업 재무장’

JP모건은 향후 10년간 1조 달러를 방위·에너지·제조·첨단기술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며, 이는 기존 내부 계획보다 50% 늘어난 규모다. 중견기업에서 대기업까지 포함한 27개 세부 산업군을 지원대상으로 삼고, 외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공공·민간 협력을 강화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 선언은 단순한 산업금융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금융의 재무장”으로 해석된다.

런닝포인트캐피털의 마이클 슐만 최고투자책임자는 “JP모건이 모든 활동을 하나의 ‘애국적 우산’ 아래 묶었다”며 “이는 정부와 기업 양쪽 모두에 정치적, 상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웰스파고의 애널리스트 마이크 메이오는 “이 프로젝트는 규모와 기간 면에서 기존 은행들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과는 다른 수준”이라며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산업정책 참여”라고 평가했다.

韓日도 ‘전략산업 중심의 애국경제’ 가속

이 같은 흐름은 한·일 양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반도체, 방산, 이차전지, 원전 등 ‘국가전략산업 4대 축’을 중심으로 세제·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삼성전자·한화·HD현대 등 대기업들도 국가 안보와 연계된 사업을 적극 확장 중이다. 특히 한화는 미국 방산시장에서 M&A를 늘리며 ‘K-디펜스’ 브랜드를 글로벌화하고 있고, 삼성은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의 기술동맹망에 편입되는 전략을 택했다.

일본 역시 ‘경제안보추진법’을 통해 반도체, 우주, 방위산업 등에 대한 정부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경제산업성은 ‘자국 내 제조 복귀(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며, 미일 기술동맹을 기반으로 첨단소재와 양자기술 개발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애국마케팅’, 경쟁의 새로운 이름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일까지. 세계 주요국의 산업 전략이 이제는 ‘애국심’과 결합한 경제 프레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중국을 위한 소비”가 내수의 버팀목이 되었다면, 미국은 “미국을 위한 투자”를 통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금융기관은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설계자’로 변모하고 있다.

JP모건의 1조 달러 프로젝트는 그 상징적 출발점이다. 다이먼 CEO는 “미국은 더 빠른 투자와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발언은 단순히 기업의 수익 논리를 넘어, 세계 경제가 이제 ‘이념보다 생존’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선언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