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크라이나 파병 전사자 유족에 눈물
과거 히틀러·스탈린도 보여주기식 눈물 연기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다시 한번 속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평양 목란관에서 러시아 전쟁 파병으로 전사한 군인들의 유가족을 만나 “다시 한번 속죄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전사자를 기리는 ‘새별거리’를 건설하고 전투위훈기념비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유가족을 끌어안고, 아이들을 안으며 인공기로 감싼 전사자의 초상사진을 전달하는 장면을 집중 보도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진정한 슬픔이라기보다 정치적 목적을 띤 ‘악어의 눈물’ 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독재자들의 역사 속에서도 비슷한 장면은 반복돼 왔다.
아돌프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연설에서 병사와 국민을 자신의 “자녀”처럼 묘사하며 눈물을 보이곤 했다. 프로파간다 연출가 괴벨스는 히틀러가 감정적으로 붕괴된 모습을 일부러 기록해 독일인들에게 ‘인간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전쟁 말기, 폐허 속에서도 히틀러의 눈물은 국민을 전쟁에 더 강하게 묶어두는 장치로 활용됐다.
소련의 요제프 스탈린 역시 눈물을 정치적 도구로 썼다. 스탈린은 동료 혁명가나 고위 간부의 장례식에서 슬픔을 과장되게 드러내며 충성심을 환기했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국민을 강제수용소로 보낸 그가 보여준 애도는 모순적이었다. 서방 언론은 그의 감정을 “계산된 연기”라고 규정했고, 이는 공포 정치 속에서 체제 충성을 강화하는 연출이었다.
김정은의 “속죄” 발언과 눈물은 독재자의 오래된 연출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사자 기념 공간을 조성하며 체제의 ‘인도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파병으로 불거질 수 있는 민심 이반을 달래려 한다. 외국 군사·정치 전문가들은 이 장면을 러시아와의 관계 과시, 전승절 국제무대 대비, 내부 결속 강화라는 다목적 행위로 해석한다.
히틀러, 스탈린, 김정은—세 독재자의 눈물은 모두 개인적 감정이라기보다 체제를 위한 연기라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히틀러는 전쟁 수행을 위한 충성심 결집을 위해 눈물을 흘렸고, 스탈린은 공포 정치 속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눈물을 보였다. 김정은의 눈물은 대외·대내 정치적 계산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