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뉴저지서 민주당 완승, 트럼프 2기 국정운영에 경고등 켜져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완승을 거두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민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의 첫 ‘중간고사’ 성격을 지닌 지방선거로, 불과 1년 전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던 공화당이 민주당에 뼈아픈 반격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 트럼프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 표출한 민심 결집
버지니아주에서는 전 연방 하원의원 에비게일 스팬버거, 뉴저지주에서는 연방 하원의원 마이키 셰릴이 각각 주지사로 당선됐다. 두 주 모두 민주당 강세의 ‘블루스테이트’로 분류되지만,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격차가 좁혀지면서 접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보다 컸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팬버거는 공화당 후보를 15%포인트, 셰릴은 13%포인트 앞섰다.
민주당의 완승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과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에 대한 민심의 피로가 작용했다. 36일째 장기화된 셧다운으로 복지와 행정 서비스가 마비되자, 유권자들은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렸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버지니아 유권자의 57%가 트럼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스팬버거를 지지한 유권자 중 무려 92%가 ‘반 트럼프’ 정서를 갖고 있었다.
▌ 중도파 여성 주지사 부상, 민주당 내 세력 균형 변화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민주당 중도파의 부상이다. 스팬버거는 CIA 출신 정보요원, 셰릴은 해군 헬리콥터 조종사로 9년간 복무한 군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민주당이 약세를 보여온 ‘안보 이슈’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 집권 1기 중간선거(2018년)에서도 하원 의석을 차지한 바 있다. 이들은 트럼프 2기 경제정책 이후 여전히 높은 물가와 생활비 문제를 직접 지적하며 실질경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인사들은 이번 선거를 자신들의 노선 강화를 위한 근거로 삼고 있다. 무상보육과 부유층 증세를 내세운 진보파 맘다니 후보의 선전은 ‘좌클릭 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세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원로들은 “민주사회주의는 중도층을 멀어지게 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 수정 압박 커질 듯
이번 결과는 내년 하원과 상원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뼈아픈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버지니아와 뉴저지는 역사적으로 대통령과 같은 정당의 주지사가 거의 당선되지 않았던 지역으로, ‘정권 견제 성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득표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 불만이 상당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각종 정책(이민, 재정지출, 행정개혁 등)에서 노선 수정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셧다운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민주당과의 협상을 회피해온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내년 중간선거는 물론 2028년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블루 웨이브의 정치적 함의
이번 ‘블루 돌풍’은 단순한 지역선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민주당은 이번 승리를 계기로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 탈환을 노리고 있으며, 반트럼프 정서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중심의 정치 노선이 계속 유효한지에 대한 내부 논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지 언론은 이번 주지사 선거는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2기의 방향성에 대해 “경고등을 켰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의 승리가 일시적인 반사이익에 그칠지, 아니면 트럼프 정치의 변화를 이끌 전환점이 될지는 내년 중간선거가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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