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논단] 동맹은 내치고 적은 감싸안는 트럼프

전직 테러리스트 출신 시리아 대통령 ‘조용히 환대’한 트럼프, 동맹국엔 냉담·적국엔 유화…뒤바뀐 미국 외교의 계산법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손 잡은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 @연합뉴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손 잡은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또다시 국제사회의 논란을 부르고 있다. 전직 테러리스트 출신의 시리아 임시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를 백악관에 초청해 ‘조용히 환대’한 반면, 유럽연합(EU)·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에는 비판적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알샤라의 회담을 “백악관 역사상 가장 놀라운 회동”이라며 “전직 알카에다 조직원이 미국 대통령의 공식 초대를 받아 백악관을 찾은 것은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알샤라는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하고, 이라크전 당시 미군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기도했다가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 수감됐던 인물이다. 2013년에는 미국 정부가 1천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던 ‘특별 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였다.

하지만 그는 2024년 시리아 내전을 끝내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며 임시정부를 수립한 이후, 서방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만나 “매우 강한 지도자”라고 칭하며 “시리아의 성공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담 직후 미국은 시리아 정부 및 금융기관과 거래한 제3국에 대한 제재를 180일간 유예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전략적 포용’을 보이는 대상이 동맹국이 아니라 과거의 적이라는 점이다. 같은 날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를 겨냥한 중국 외교관의 ‘참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중국보다 우리의 동맹국들이 무역에서 우리를 더 이용했다”고 말해 일본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동맹국들을 사실상 ‘기생자’로 묘사한 것이다.

대만과 관련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를 겨냥한 중국 외교관의 '참수 발언'에 대한 질문에서 트럼프는 "중국 보다 동맹국들이 미국을 더 이용해왔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대만과 관련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를 겨냥한 중국 외교관의 '참수 발언'에 대한 질문에서 트럼프는 "중국 보다 동맹국들이 미국을 더 이용해왔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중국은 (미국을) 크게 이용했지만, 동맹들이 훨씬 더 많이 이용했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안보를 제공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미·중 간 무역 갈등 완화를 시사한 그의 최근 ‘유화 제스처’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도 “중국과 협력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트럼프의 외교 기조는 ‘전통적 동맹 약화–전략적 적국 포용’으로 요약된다. 시리아 임시정부를 포섭해 이란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지만, 동맹국들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한국은 물론, 일본·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트럼프는 이념보다 거래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현실주의자”라며 “과거 테러리스트라도 지금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면 손을 잡는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진 셈”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알샤라는 미국의 동맹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오사마 빈 라덴이 될 수도 있다”며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워싱턴 일각에선 트럼프의 외교가 계산된 위험 위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동맹보다 거래, 과거보다 현재’라는 명분 아래 새로운 외교 지형을 그리지만, 그 결과가 미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신뢰의 붕괴로 귀결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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