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후에 유럽 방어 목적으로 설계된 대규모 기계화 사단 시대의 종언과 ‘드론 대체’ 전략 주장 나와 눈길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국 육군이 2차 세계대전 후에 사실상 ‘유럽 방어용’으로 설계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냉전시대 구조 속에서 중무장 기갑·기병 전력은 동맹 방어의 핵심이었고, 이는 베트남·중동의 반란·대테러 전쟁으로 잠시 방향을 틀었을 뿐, 군의 핵심 구조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함께 방위 전략의 우선순위가 변하면서 ‘유럽 방어 중심’의 육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미 워싱턴 소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퓨처스 랩의 벤자민 젠슨 소장은 이 질문에 대한 해법으로 ’드론 중심의 원정 전력’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핵심 논리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대체’ 개념이다. 즉, 비용 대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기존의 대규모 주둔 병력과 장갑차·보병 편제를 반드시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1000 명 규모의 전통적 대대 대신 250명 규모의 회전형 부대를 배치하고, 수백 대의 FPV(1인칭 시점) 드론과 옥토콥터 등 소형 무인체계를 운용하면 기동성·속도·유연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젠슨 소장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 동맹국들이 탱크·보병전투차량 같은 전통적 지상전력을 제공하는 동안, 미국은 정찰·타격·전자전 능력을 갖춘 드론 유닛으로 이를 보완하는 ‘역할 분담’ 모델을 상정한다. 더 큰 의미는 전력의 ‘신속 전개’와 ‘비용 효율성’이다. 드론 부대는 빠르게 투입·철수할 수 있고, 현지 파트너의 전투 능력을 배가시키는 데 유리하다.
물론 논쟁도 많다. 중고도·장시간 체공(MALE) 드론의 존재 가치는 젠슨 소장이 강조하는 지점이다. 소형 드론은 기민하지만 감시·체공시간·무장 탑재량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MQ-1C 그레이이글·MQ-9 리퍼 같은 MALE 플랫폼은 24시간 감시·다중 무장 탑재 등으로 ‘넓은 지역의 지속적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 TB2의 손실 사례나 예멘 지역의 리퍼(Reaper) 손실처럼 방공무기에 취약하다는 비판이 존재하지만, 젠슨 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MALE의 다목적성과 임무 유연성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 다른 핵심은 ‘동원 자원’의 재구성이다. 젠슨 소장은 예비역과 주방위군에 새로운 드론 유닛을 창설하거나, 기존 항공대대를 무인체계 편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빠른 전력의 동원을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으로 해석된다.
정책적·전략적 함의도 크다. 드론 중심 전력은 억지(deterrence)의 ‘문법’을 바꿀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전차 여단을 폴란드에 배치해 지속적 존재로 억지를 구현했다면, 드론 여단은 위기 시 신속히 투입되어 미 의지를 시위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태평양 지역처럼 광대한 해·공간이 문제인 지역에서는 소형·경량화된 드론 편제가 이점이 더욱 뚜렷하다.
그러나 기술·전술적 한계와 윤리·법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드론의 대규모 활용은 전자전·사이버 취약성을 동반하며, 민간 피해와 규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무인체계가 주도하는 억지가 과연 상대국의 계산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존의 ‘물리적 병력’이 갖는 정치적 신호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젠슨 소장의 제안은 ‘완전한 대체’라기보다 전력 구조의 재배치와 옵션 확대로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유럽 방어의 핵심임무를 유지하되, 비용·기동성·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무인 전력을 전략적 자산으로 통합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다. 다만 이 전환은 플랫폼 선택(MALE 유지 여부), 예비 전력의 재편, 동맹과의 역할 분담, 그리고 규범적·기술적 리스크 관리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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