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 대법원, 트럼프 행정부 핵심 정책 연속 승인
미 역사상 전례 없는 사법부와 행정부 ‘공조’ 논란 확산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들에 잇따라 합법적 근거를 부여하고 있다. 그 결정의 방향은 하나같이 행정부 권한의 확장과 집행의 신속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판결의 연속이 아니라, 사실상 사법부와 행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양상으로 비쳐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의 무작위 이민 단속이다. 하급심은 헌법 위반 가능성을 들어 단속을 제한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보수 성향 대법관은 “합법적 단속 위축”을 우려했지만, 진보 진영은 “인종적 굴욕”을 합법화한 판결이라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법원은 민주당 성향의 FTC 위원 해임을 인정하며 독립기관의 권위를 약화시켰고, NIH 연구비 삭감과 연방 인력 감축에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심지어 폭력 범죄 이민자의 제3국 송환까지 허용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에 대해 형사적 면책을 인정하는 전례 없는 판결을 내리며, 최고 권력자에게 사실상 초헌법적 특권을 부여했다. 행정부의 해석을 존중하던 ‘쉐브론’ 원칙을 폐기한 것 역시 행정의 자율적 통제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법원 다수는 ‘쉐도우 도킷(긴급 처분 절차)’를 통해 절차적 심리 없이 행정부 정책을 속전속결로 승인하는 방식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외신은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가디언은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18번째 연속 승리’를 안겨줬다고 지적하며, 사법부의 노골적 편파성을 우려했다. 미국 매체 Vox 역시 대법원이 절차를 무시하고 트럼프 의제를 신속히 밀어주고 있다며, 사법적 균형의 파괴를 비판했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 그러나 지금의 연방대법원은 행정부의 권한 강화에 편승하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본 원칙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한 정권의 정책을 합법화하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 민주주의 전체의 구조적 균형을 붕괴시키는 위험한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정치적 이해와 권력의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기본명제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법의 이름으로 특정 권력자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순간, 사법부는 더 이상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는 기관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행정부의 힘을 확대하는 판결이 아니라, 권력 남용을 견제하고 민주주의의 기둥을 지키려는 사법적 용기가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