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고급 이미지가 독? '프리미엄 커피' 시장 부진에 스타벅스 구조조정

10억 달러 투입, 900명 감원…매출 부진과 노동 갈등, 변화의 신호탄

프리미엄 커피 대표주자 스타벅스가 실적 부진에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프리미엄 커피 대표주자 스타벅스가 실적 부진에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25일(현지시간),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900명의 비매장 직원을 해고하고 북미 지역 일부 매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구조조정에 투입되는 예산만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4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수년간 ‘성장 신화’를 이어오던 스타벅스가 왜 갑작스럽게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일까.

북미지역 실적 부진이 결정타…‘프리미엄 커피’의 한계

이번 구조조정의 가장 큰 배경은 북미 지역의 실적 부진이다. 스타벅스는 전체 매출의 약 70%를 북미에서 올리는데, 이 핵심 시장에서 동일 매장 매출이 6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4~6월) 기준, 북미 지역의 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하락했으며, 전체 순이익은 무려 47%나 줄어들었다.

미국 내 소비자들은 팬데믹 이후 지속된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 속에 '프리미엄 커피' 소비를 줄이고 있다. 한 잔에 6~7달러에 달하는 스타벅스 음료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고, 대신 저가 커피 체인이나 집에서 즐기는 커피 소비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고급 이미지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북미 지역 매장 1% 폐쇄…매장 1000곳 업그레이드

스타벅스는 이번 구조조정이 단순 감원이 아니라, 자원을 매장과 고객 경험에 더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해고 대상인 900명은 대부분 본사 및 비매장 직군으로, 직접 고객을 응대하지 않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고객과 더 가까운 곳에 자원을 배치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스타벅스는 북미 지역 매장 중 약 1%를 폐쇄하고, 향후 1년간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더 따뜻하고 정교한 디자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됐다. 단순한 감원이 아니라,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매장 혁신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조와의 갈등…근본적 해결책은 안 보인다

이번 구조조정이 단기 실적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스타벅스가 안고 있는 노동 이슈를 해결하지 않고는 문제의 본질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벅스는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650개 이상 매장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되는 등 노조 조직화 물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작년 말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전국 단위 파업까지 벌어졌으며, 노조는 경영진의 일방적 정책 결정과 처우 개선 지연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스타벅스 CEO 브라이언 니콜은 이번 구조조정 발표에서 노조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스타벅스는 더 나아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후퇴 중”이라는 노동조합 성명은, 이번 구조조정이 노동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스타벅스의 위기는 북미시장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뉴스임팩트
스타벅스의 위기는 북미시장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뉴스임팩트

리더십 리셋…새 경영진 카드 꺼낸 스타벅스

이번 구조조정과 함께, 스타벅스는 조직 전반에 걸쳐 리더십 교체도 단행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글로벌 최고 브랜드 책임자 등 주요 경영진을 새로 영입하며 내부 쇄신에 나섰다. 또한 본사 직원들에게는 내달부터 주 4일 사무실 출근을 지시해, 팬데믹 이후의 유연근무 체제를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스타벅스가 단순히 매출 회복을 넘어, 기업 문화를 재정비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조치들이 소비자와 직원 양측의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장의 반응은 ‘신중’…주가 소폭 하락

스타벅스의 이번 발표에 대해 시장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구조조정 소식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에서 스타벅스 주가는 0.8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리더십 교체가 오히려 장기적인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노사 갈등이 계속된다면 추가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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