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건 충족 상당한 진전” 평가, 그러나 넘어야 할 벽은 여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한국군이 평시뿐만 아니라 전시에도 작전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3~24일 서울에서 열린 제27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양국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이 상당히 진전됐다는 데 공감했다.
전작권 전환은 단순한 지휘 체계 조정이 아닌, 한미동맹의 구조 변화와 한국군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라는 중대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만큼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이기도 하다.
◇ 전작권, 왜 중요한가?
현재 한국군의 평시작전권은 4성 장군인 합참의장이 행사하지만, 전시에는 한미연합군사령관(미군 4성 장군)이 작전지휘권을 갖는다. 즉, 전시상황에서 한국군 단독 지휘는 불가능하며, 미군 지휘 아래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구조인 것이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한국군 4성 장군이 전시에도 연합작전의 주도권을 갖고, 미군은 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한국군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의미하며, 자주국방의 핵심 단계로 여겨진다.
◇ 과거 정부도 추진했지만…지연의 역사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2006년) 시절 처음 구체화됐다. 당시 한미는 2012년 4월까지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5년 12월로 연기됐고, 박근혜 정부는 아예 시한을 두지 않고 조건 충족 시 전환한다는 애매모호한 방침으로 변경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도 전작권 전환은 국정과제로 포함됐지만, 여전히 실행은 미뤄지고 있다. 이번 KIDD 회의에서 언급된 “조건 기반 전환”은 박근혜 정부 이후 유지되고 있는 접근 방식이다.
◇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
한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세 가지 조건은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 차원의 대응 능력 확보, 안정적인 안보환경 확보를 뜻한다.
세 조건의 충족 여부는 을지프리덤실드(UFS) 같은 연합훈련과 IOC-FOC-FMC로 이어지는 검증 절차를 통해 판단된다.
IOC는 최초작전운용능력을, FOC는 완전운용능력을, FMC는 완전임무수행능력을 각각 뜻한다. 현재 FOC 단계가 진행 중이며, 대부분 부대 검증은 완료됐지만, 핵심인 ‘미래 연합사’ 관련 검증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FMC 단계는 그 이후로 예정돼 있다.
◇ “조건 충족 상당한 진전”이 의미하는 것
이번 KIDD 회의에서 양측은 “조건 충족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국방부는 “FOC 평가 과제에서 진전을 이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제 평가 과정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한국군이 제시한 조선·방산 협력 확대, 미국 함정 건조 및 항공기 정비 참여, 사이버·우주 안보 협력 강화 등의 논의도 전환 추진의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 남은 과제와 현실적 한계
그러나 “진전”과 “전환” 사이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고비들이 존재한다.
첫째, 안보환경의 불확실성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북러 군사협력 확대, 중국의 해양 확장 등 역내 안보 환경은 매우 유동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건 3’(안정적 안보환경) 충족 여부는 매우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미국 측이 보수적 접근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다. 전작권 전환은 미국에도 동맹 구조와 전략적 영향력 조정을 의미하므로, 쉽게 결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특히 미국의 대중 전략 변화 등 외부 정치 변수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한국 내 지속적인 역량 축적이다.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전제돼야 하며, 이는 무기체계, 정보자산, 지휘통제체계의 종합적 능력을 요구한다. 여전히 미국 정보·정찰 자산 의존도가 높은 현실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 이번엔 가능할까?
이번 KIDD 회의는 분명 과거보다 진전된 국면이다. 특히 FOC 검증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작권 전환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완수를 국정과제로 설정한 만큼, 앞으로 FMC 단계 진입 및 검증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정치적 판단, 안보환경 변화, 남은 군사적 능력 검증 등이 전환 시기의 유동성을 높이는 요소다. ‘이번엔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섣부른 낙관보다는, “가능성은 커졌지만 확정은 이르다”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