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억제·中 견제·한미동맹 상징…정찰·공격 겸비한 다목적 무인기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미 공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창설되었다가 해체된 제431 전투비행대를 재편해 제431 원정정찰비행대로 부활시켰다. 이 부대는 9월 말 전라북도 군산 공군기지에 재배치돼 MQ-9 리퍼(Reaper) 무인정찰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의 무인기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팽창 속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감시·정찰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한미동맹의 철통 같은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지(스타스 앤 스트라이프스)에 따르면 미 7공군 대변인 로라 헤이든 공보관은 “리퍼 배치는 한미 양국의 정보·감시·정찰(ISR) 협력을 뒷받침하고 지역 안정 유지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 MQ-9 리퍼, ‘정찰기 넘어선 킬러 드론’
MQ-9 리퍼는 흔히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미군의 대표 무인 전력이다. 중고도 장기체공(MALE)형 드론으로, 최대 5만피트(15km) 상공에서 27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으며 작전 반경은 약 1150마일(1850km)에 달한다. 이 같은 성능 덕분에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중국 동부 해안, 남중국해 일부까지 정찰 범위에 포함된다.
탑재 장비는 ▲주야간 전천후 감시가 가능한 EO/IR 카메라 ▲합성개구레이더(SAR) ▲레이저 표적 지시기 등이다. 이를 통해 실시간 전장 상황 파악과 표적 지정이 가능하다. 또한 MQ-9은 단순한 정찰 자산을 넘어 최대 1.7톤의 무장을 실을 수 있다.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GBU-12 레이저 유도폭탄, JDAM 유도폭탄 등을 장착해 유사시 정밀 타격까지 수행할 수 있다.
◇ 북한·중국 겨냥한 전략적 카드
이번 배치는 북한 무인기 도발 이후 안보 불안 요인을 차단하려는 목적과 함께,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응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022년 말 소형 무인기를 한국 영공에 침투시켜 군사적 허점을 드러냈고, 한국 정부는 지난해 드론 작전사령부를 신설하며 대응 태세를 강화했다. 미군의 MQ-9 배치는 한국군의 RQ-4 글로벌호크 전력과 상호 보완하며, 한미 양국의 감시망을 한층 조밀하게 만든다.
리퍼는 이미 한미 연합훈련에서 다목적성을 입증했다. 올해 4월 열린 프리덤 플래그 연합 공중훈련에서 MQ-9은 공중차단, 방어적 공중전, 전투탐색구조(CSAR) 훈련에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전북 군산 앞 직도 사격장에서 JDAM을 투하하며 공격 능력까지 과시했다.
◇ 동맹과 억제력의 상징
군사 전문가들은 MQ-9 리퍼의 한국 배치를 “한미동맹의 신뢰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장시간 체공·광역 정찰·정밀 타격이라는 세 가지 강점을 바탕으로 리퍼는 북한의 도발 억제와 중국 견제, 인도·태평양 다영역 작전 지원이라는 다층적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MQ-9 리퍼의 등장은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한반도와 역내 안보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전략적 카드다. 미국이 강조한 대로 이번 배치는 “동맹 방어에 대한 철통 같은 공약”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억지력과 대응 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