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하루 앞으로 다가온 노벨평화상, 트럼프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

가자 평화 중재에도…노르웨이 위원회 “정치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

올해 노벨평화상 메달의 주인공은 누가될까.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수상자를 발표한다. @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 메달의 주인공은 누가될까.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수상자를 발표한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가자 전쟁의 종식이 임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다시 노벨평화상 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그는 “나야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공공연히 말해왔으며,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이후 지지자들은 “노벨상은 트럼프에게”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 오슬로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전문가들은 1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에서 트럼프의 이름이 불릴 가능성을 “극히 낮다”고 평가하며, 노벨위원회는 “정치적 압박이나 여론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자 중재로 다시 불붙은 ‘노벨상 논쟁’

트럼프는 2018년 이후 매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이끌었을 때는 여러 정치인들이 그를 추천했다. 이번에도 미국 하원의원 클라우디아 테니(공화당·뉴욕)가 “중동의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며 그를 공식 추천했고,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파키스탄 정부도 후보 추천을 시도했지만, 올해 2월 1일 마감 시한 이후라 유효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7개의 전쟁을 끝낸 대통령”이라고 자임하며 “가자에서 제8번째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최근 그의 중재안 1단계를 받아들이며 휴전과 인질 교환을 약속하자,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에서는 “노벨상을 트럼프에게”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지속 가능한 평화가 우선”이라는 노벨위원회

하지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판단 기준은 단기적 성과가 아니다. 위원회는 “지속적인 평화와 국제적 협력”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본다. 영국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의 테오 제누 연구원은 “트럼프의 역할은 아직 장기적 평화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투를 잠시 멈추게 하는 것과 분쟁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의 기후변화 부정 발언이 노벨위원회의 가치와 상충된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은 기후위기를 인류 평화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국제 협력을 경시하는 인물에게 상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압박’ 거부하는 노르웨이의 부담감

노벨위원회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재임 9개월 만에 상을 수여했다가 “성과 없는 조기 수상”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그 경험 이후 위원회는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조용한 외교적 노력”과 “장기적 평화 기여도”를 중시해왔다.

오슬로 평화연구소의 니나 그레게르 소장은 “위원회는 결코 정치적 압박이나 대중의 열광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공격적 발언과 자기 홍보식 언행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평화를 언급하지만, 그 수사에는 여전히 대립과 분열의 정서가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역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역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노벨상은 침묵의 노력에 주어진다”

트럼프는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모두가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위원회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노벨 규정상 자신을 직접 추천할 수는 없다. 위원회는 공식적으로 후보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며,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노벨 평화상을 여러 차례 취재해온 노르웨이 일간지 아프텐포스텐의 기자는 “위원회는 ‘침묵 속의 노력’을 중시한다”며 “트럼프처럼 공개적으로 자신을 홍보하는 정치인은 위원회의 미덕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노벨상, 실제 수상 여부 불투명

현재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가자 휴전 중재가 일시적 평화에 그칠지, 아니면 실질적인 지역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언론의 관심이 뜨겁더라도, 정치인의 의도와는 별개로 우리는 독립적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여전히 “노벨상은 내가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노벨위원회는 아마 이번에도 침묵으로 응답할 것으로 보인다. 오슬로 외신 기자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노벨상은 상 자체보다 상징”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그는 세계 평화를 말했다. 그러나 노벨은 ‘말보다 행동’을, ‘성과보다 지속’을 본다는 점에서, 그의 수상은 여전히 먼 이야기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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