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핼러윈, 11월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까지…미국 소비심리의 최대 고비가 될 연말 세일 줄줄이 다가와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본격적으로 강화한 ‘관세전쟁’의 후폭풍이 서서히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 체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멕시코·유럽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가 잇따르면서 수입 원가가 상승했고, 이는 곧바로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 통계국(BLS)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대를 유지하며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가전·완구·의류 등 중국산 비중이 높은 품목에서 가격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입 제품에 의존하는 중산층과 서민층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 핼러윈부터 시작되는 ‘지갑 시험대’
10월 말 핼러윈데이를 시작으로 미국은 11월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이, 그리고 12월 크리스마스까지 연중 최대 소비 시즌에 진입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미국 유통업계는 이미 ‘관세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 대형 소매체인들은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중국산 대신 제3국 제품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물류비가 상승했다.
한 유통업 관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1달러였던 장난감이 올해는 1.5달러로 올랐다”며 “핼러윈 장식품, 코스튬, 크리스마스 트리 등 대부분 중국산 제품 가격이 최소 10~20% 상승했다”고 전했다.
▌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율 줄고 품귀 현상 우려
11월 마지막 주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연중 최대 세일의 날’로 통한다. 하지만 올해는 ‘세일’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리테일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할인폭을 줄이거나 특정 품목의 재고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대폭 할인을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일부 IT·전자제품은 중국산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품귀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는 과거처럼 ‘세일 축제’라기보다, 한정된 제품을 선점하려는 경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산층 부담 커지고, 소비심리 위축 조짐
관세 인상은 기업의 원가 부담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산층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며, 신용카드 채무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준이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단체들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비판한다. 미국인들은 직접 세금을 더 내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속 거의 모든 제품 가격이 오르며 체감물가가 높아지는 구조 때문이다.
▌ 트럼프의 ‘정치적 승부수’, 그러나 내수는 흔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든다”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미국 내 산업기반을 잠식했다고 주장하며, ‘관세는 미국 일자리를 되찾는 도구’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관세는 미국 내 소비자와 기업이 부담하는 구조다. 제조업 보호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위축과 물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으로는 ‘강한 미국’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노리지만, 경제적으로는 내수 소비의 둔화가 트럼프 재임 기간 최대의 도전이 될 전망이다.
▌ “연말 세일 시즌, 미국 소비의 분수령 될 것”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연말 쇼핑 시즌이 트럼프 관세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본다.
만약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에도 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트럼프는 ‘자국 산업 보호’ 논리를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소비가 위축되고 유통업계 매출이 급감한다면, 관세정책은 정치·경제 양면에서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핼러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소비 시즌은 단순한 쇼핑 기간이 아니라, 미국 경제의 체온계를 확인하는 시기”라며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미국 가계의 체력을 얼마나 갉아먹었는지가 곧 드러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구호가 올해는 “미국인들은 또다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Can Americans Afford It Again?)”으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관세 실험, 이제 그 대가를 지불할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
